올 시즌 리듬체조 국가대표 단체팀은 18일 공식 ‘해체’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올 시즌 마지막 국제대회였고, 국내대회도 10월 전국체전이 끝이었다. 나라를 대표해 훈련을 지원받고 국제대회에 파견되는 국가대표팀은 내년 초 선발전을 거쳐 다시 꾸려진다.
하지만 리듬체조 단체팀은 지금 일본 도쿄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올해 리듬체조 단체팀에 할당된 전지훈련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던 대한체조협회(회장 한찬건)가 15일 일본으로 10박 11일 일정의 훈련을 보냈기 때문이다.
리듬체조 단체팀은 4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 테스트이벤트에서 최하위(7위)에 그쳤다.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지훈련이라면 팀이 해체되는 지금이 아닌 테스트이벤트 전에 했어야 했다. 그러나 협회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테스트이벤트 전에 선수들을 단 한 번의 월드컵에도 출전시키지 않았다. 리듬체조 지도자들은 늘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고 한탄한다. 지금 전지훈련을 보낼 예산으로 월드컵 대회 출전을 지원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올 시즌 열린 9개의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중 협회 차원에서 출전을 지원한 대회는 단체팀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뒤인 5월 열린 우즈베키스탄 월드컵뿐이었다. 그나마 이유를 알면 더 씁쓸하다. 협회가 의무적으로 출전을 지원하는 아시아선수권이 열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3일 뒤 열린 대회라 추가로 지원할 금액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돈 걱정 없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2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선수권, 하계유니버시아드, 1년에 한 번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이다. ‘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 역시 아시아선수권을 제외하면 올림픽을 준비하며 출전한 월드컵 6개 대회를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광고 수입이나 소속사 지원으로 출전비를 마련할 수 없는 선수들에게 협회 지원 없는 월드컵 출전은 꿈같은 얘기다. 설령 항공료, 체재비를 자비로 해결한다 해도 ‘자국 심판 대동’을 요구하는 리듬체조 월드컵의 특성상 선수들은 심판의 항공료와 체재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체조협회는 “결국 다 돈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돈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철저히 계획하고 제대로 써야 한다. 해체된 팀이 실전이 다 끝난 뒤 전지훈련을 하는 지금의 현실은 주먹구구식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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