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쓰레기 만두’ 사건이 터졌다. 한 만두소 제조업체가 인체에 유해한 재료로 만두소를 만들었다는 경찰 발표 뒤에 만두시장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몇몇 회사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상당 수 만두업체는 정상적인 재료로 제대로 된 만두를 만들고 있었다. 뒤늦게 누명을 벗었지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10여 년이 지난 요즘 스포츠계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승부 조작 은폐 사건이 한 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NC 고위 관계자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성민(현 롯데)의 승부 조작 사실을 숨긴 채 이성민을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해 10억 원을 받은 혐의다. 구단이 주체적으로 승부 조작에 관여한 첫 번째 사례로 알려졌다. NC 구단이 프로야구 무대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팬들과 언론의 비난이 빗발쳤고, 구단은 고스란히 이를 감내해야 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흐른 14일 NC 구단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의정부지검은 이날 석 달 이상 조사해 온 관련 수사를 종결하면서 구단에 혐의가 없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창진 전 프로농구 KGC 감독 역시 승부 조작 혐의를 받았으나 1년여 만에 무혐의 처리됐다. 횡령 및 후배들에 대한 강제 노역 혐의를 받았던 ‘한국 썰매의 전설’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도 검찰 조사 결과 누명을 벗었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부터 ‘스포츠 4대 악 척결’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경찰과 검찰은 경쟁적으로 스포츠 악 색출에 뛰어들었다. 승부 조작 사건은 그중 인기 있는 아이템이었다.
무혐의 처분을 받기 며칠 전 NC의 한 관계자는 “정말 잘못이 없는데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사에 연루된 NC 구단 및 관계자의 명예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뒤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도 인터넷에는 여전히 “구단이 검찰까지 속였다”는 말이 사실처럼 떠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범죄자로 잘못 알려질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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