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강홍구]배구대표팀 매니저 일당이 달랑 2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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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열정 페이’… “차라리 자원봉사” 지원자들 등돌려

강홍구·스포츠부
강홍구·스포츠부
‘2만 원.’

다음 달 18일부터 28일까지 바레인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남자 유스(19세 이하) 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 매니저의 하루 일당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에 따르면 팀 매니저는 ‘예산 집행, 각종 회의 참석 및 통·번역, 인터뷰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의 편의를 돕고 각종 테크니컬 미팅, 기자회견 등에 참석하는 역할이다.

협회는 단순 통역 이상의 역할을 맡는데도 2만 원의 일당이 책정된 건 협회의 방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협회 관계자는 “수당 자체는 많지 않지만 현지 체재비나 항공료는 협회가 제공한다. 지원자로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수당 기준은 팀 매니저나 선수, 협회 임원 모두 동일하다”고 말했다. 월급으로 계산하는 성인 대표팀 매니저와 달리 유스 대표팀은 해당 기간 일당으로만 계약을 맺다 보니 처우가 더 열악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팀 매니저는 국제무대를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협회 관계자도 아니고 엄연히 돈 받고 일하는 자리다. 팀 매니저가 하는 역할을 감안하면 하루 8시간을 넘을 수도 있다. 올 최저임금 기준(6470원)으로 하루 8시간만 계산해도 하루 일당은 5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렇다보니 협회는 출국을 3주 앞둔 25일 현재까지 팀 매니저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매니저 지원을 고려했던 A 씨는 “일당이 2만 원이라는 소리에 더 들어볼 것도 없이 돌아섰다. 해외 무대 경험을 쌓는다곤 하지만 (일당 금액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 여러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스태프로 활동했던 B 씨 또한 “차라리 자원봉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고 했다.

협회는 최근 성인 대표팀의 비행기 좌석 문제로도 곤욕을 치렀다. 이란(세계선수권 예선)으로 출국하는 남자 대표팀 전원에게 비즈니스석을 제공하면서도 체코(월드그랑프리 결선)로 가는 여자 대표팀의 경우 선수단 절반에게만 비즈니스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여자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IBK기업은행이 25일 여자 대표팀을 위해 3000만 원을 후원하기로 하면서 비행기 좌석 문제는 해결됐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한 배구팬은 “협회가 할 일을 구단이 하고 있다”며 협회 행정을 비꼬는 댓글을 남겼다.

오한남 제39대 배구협회 회장은 25일 취임하면서 그동안 배구계의 문제로 제기된 ‘재정건전성 강화’를 5대 비전의 하나로 내걸었다. 그런데 정작 취임 행사는 서울 강남구의 한 고급 호텔 연회장에서 진행됐다. 오 회장이 진정 배구계를 위해 협회를 맡았다면 그 돈으로 유스 대표팀 매니저의 하루 일당을 올려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강홍구·스포츠부 windup@donga.com
#배구대표팀 매니저 일당#오한남 제39대 배구협회 회장#재정건전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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