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U-19(19세 이하) 여자 농구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은 한국을 39점 차로 대파했다. 일본농구협회(JBA)가 당일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관련 내용은 딱 두 줄뿐이었다.
이 경기 이틀 전 성인 대표팀끼리 격돌한 2017 FIBA 여자 아시아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일본이 한국을 70-56으로 가볍게 제압했을 때도 JBA와 일본 언론은 한국전 승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일본은 결승전 상대가 될 것이 유력했던 호주의 전력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결국 일본은 호주를 꺾고 3회 연속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일본 여자 농구는 이제 한국전 승리에 들뜨지 않는다. 당연하다는 듯 담담하다. 일본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
JBA는 U-19 월드컵 준결승 상대였던 미국과 3, 4위전 상대였던 캐나다의 경기를 계속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접전 끝에 66-73으로 졌다. 캐나다와도 시소 경기를 펼치다 60-67로 패했다. 경기 직후 JBA는 곧바로 경기 내용을 상세히 분석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미국전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세컨드 리바운드를 허용하지 않고 2차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수비 전술을 스스로의 장점으로 파악했다. 이를 더 다듬겠다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상대해 본 뒤 필요한 전술적 부분이 무엇인지를 공개했다.
진 경기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8강전에서 세계 2위 스페인을 95-71로 대파했지만 승리한 경기에서도 나름 좋지 않았던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JBA는 이어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가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꺼내 든 공격 전술 4개와 지역 방어 수비를 JBA 기술위원회 차원에서 연구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른 나라의 장단점을 흡수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지난해 JBA가 2020년까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선수를 5명 이상 배출하고 2018년 FIBA 여자 농구 월드컵 4강, 2020년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을 때 ‘정말 될까’라는 반응을 보였던 한국 농구인이 적지 않았다.
반면 우리 여자 농구의 목표 설정은 잘돼 있는 걸까. 성인과 청소년 대표팀이 무기력하게 일본에 무릎을 꿇었지만 대한민국농구협회 차원의 쓰라린 각성의 목소리가 없다. 일본과 한국 여자 농구의 분위기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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