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의 ‘노쇼 사기극’과는 판이했다. 2008년 미국프로농구(NBA) 데뷔 이후 ‘트리플 더블 제조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슈퍼스타는 그의 첫 방한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국내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4일 연세대에서 진행된 나이키 계열 브랜드 조던의 연세대 코트 기증식에 조던의 대표 모델로 참석한 러셀 웨스트브룩(31·휴스턴)의 쇼맨십은 ‘공짜’로 입장한 관중을 놀라게 했다. 준비해 놓은 미니 사인볼을 증정하는 행사에서 웨스트브룩은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팬 가운데 5명을 코트로 모셔 와 진짜 농구공에 사인해 주겠다”고 했다. 이후 코트 구석구석을 돌며 팬들과 눈을 맞추더니 5명을 지목했다. 웨스트브룩의 전 소속팀 오클라호마시티의 ‘0번’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인볼 선물을 받은 이승훈 씨(21·대학생)는 “오클라호마시티 팬이었는데 웨스트브룩의 이적으로 실망이 컸다. 하지만 이제 팀이 아닌 선수 개인을 응원할 것”이라며 감격에 벅찬 표정을 지었다.
앞서 진행된 스킬 트레이닝이 코트 정비로 늦어졌지만 웨스트브룩은 이 시간에도 팬 서비스에 충실했다. 장시간 이동에 따른 피로 탓인지 “덩크슛을 보여 달라”는 요청은 고사했지만 그 대신 3점슛, 하프라인 슛 등을 쉬지 않고 보여줬다. 오후 7시에 예정됐던 3 대 3 길거리 농구 행사도 직전에 소나기가 내려 취소 요청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코치를 하다 직접 선수로 나와 동호인들과의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았다.
웨스트브룩은 NBA 최초로 3시즌 연속 득점, 리바운드, 도움에서 ‘평균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 슈퍼스타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이기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도 종종 보인 탓에 국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이름을 빗대 ‘서(West)버럭’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 머문 이틀 동안 ‘버럭’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적극적으로 일정을 소화하며 농구 꿈나무와 동호인들에게 자신의 좌우명인 ‘왜 안 돼(Why not?)’ 기운을 전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자신을 추앙하던 수많은 팬을 적으로 돌린 호날두의 싸늘한 눈빛과 달리 웨스트브룩의 해맑은 미소는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