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이 함께 뛰는 유일 종목… 승마의 세계]
예선때 함께 뛴 말, 본선때 교체 안돼… “말이 다치는 것도 기수의 팔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승마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다. 김동선은 17세인 암갈색 스웨덴 웜블러드(Swedish Warmblood) 종의 말을 타고 출전할 예정이다.
승마는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인간과 동물이 함께 출전하는 종목이다. 남녀 구분이 없는 종목이기도 하다. 올림픽 승마 경기에 출전하는 말의 무게는 대략 450∼550kg이지만 650kg 이상 나가는 말도 있다. 이러한 육중한 말을 타고 기록뿐만 아니라 예술성까지 겨루는 종목이다. 그만큼 말과 사람(기수)의 교감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실수는 드문 경우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당시 한국 대표팀의 최고참 김형칠 선수가 경기 도중 사망했다. 김형칠은 110cm 높이의 장애물을 넘던 중 말의 앞다리가 장애물에 걸려 바닥에 떨어졌다. 이어 500kg에 이르는 말이 그의 몸 위로 겹쳐 떨어져 그 충격으로 숨졌다.
말과의 교감은 손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리로 말을 감싸 안으며 말의 배를 차거나 밀거나 하는 동작으로 교감하기도 한다. 말의 속도를 겨루는 경마에서는 기수의 체구가 작을수록 유리하지만 승마에서는 다리가 긴 선수가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부 종목으로는 장애물 뛰어넘기, 마장마술, 종합마술이 있다. 장애물 뛰어넘기는 12∼15개의 장애물이 설치된 코스를 일정 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경기이다. 마장마술은 말과 기수가 연기를 펼치며 얼마만큼 조화를 이루는지와 예술성을 겨루는 종목이다. 종합마술은 3일에 걸쳐 장애물 뛰어넘기, 크로스컨트리, 마장마술을 모두 치르는 종목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말들은 기수의 지시를 잘 알아듣는 영리한 명마(名馬)들이다. 몸값도 매우 비싸다. 승마 관계자는 “토틸라스라는 유명한 말의 경우 100억 원 이상에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귀하신 몸들이라 수송비용도 많이 든다. 승마 국제심판인 김동환 한양대 교수는 “도하 아시아경기 당시 한국팀이 18마리의 말을 출전시켰는데 당시 수송비용이 2억6000만 원 정도 든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말들은 만 8세 이상이어야 한다. 동물학대 방지 차원에서 충분히 자라지 않은 말을 출전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평소 훈련할 때 말의 다리가 붓거나 할 경우에는 수영장으로 데려가서 몸을 담그게 한다. 외국에는 승마장에 수영장이 딸려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좋은 말이 부족할 경우에는 해외의 명마를 장기 임차해 경기에 나선다. 이럴 경우 몇 년씩 그 말이 있는 곳에 머물거나 오가며 훈련한다. 말을 직접 타고 훈련해야 교감 능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 지역예선에서 타고 나간 말을 본선에서 바꿀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예선에서 함께한 말이 다쳐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승마인들은 “말이 다치는 것도 팔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 승마는 아시아에서는 강팀이지만 올림픽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한국 대표팀은 장애물 단체전에서 8위에 올랐다.
김 교수는 “명문 귀족들이 어려서부터 승마를 즐기는 등 승마 저변이 넓은 유럽세의 벽이 워낙 높다. 최근엔 미국과 호주 등이 강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국가들은 모두 말 산업이 발전한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장이 많은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승마 인구도 많다. 이 나라들이 올림픽 지역예선에서 한국과 경쟁하기 때문에 한국 승마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큰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입증됐다. 올림픽을 계기로 승마에 대한 관심이 커져 국내에서도 승마 저변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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