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핸드볼 미디어데이 당찬 출사표… 임영철 감독 “유럽전훈서 자신감”
아테네 신화 주역 오영란-우선희… “어린 후배들 위해 몸 바칠 각오”
“제 생각은… 금메달입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임영철 감독은 자신에 차 있었다. 금메달의 ‘금’자를 말할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목소리도 높였다.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임 감독은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다. 신중하게 말을 아끼던 평소와는 달랐다. 5월 초까지만 해도 올림픽 예상 성적을 묻는 질문에 임 감독은 즉답을 피해 갔다. “올림픽에서 한국은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아르헨티나와 예선 B조에 속해 어디 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 8강, 4강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임 감독은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간 폴란드,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3개국에서 실시한 유럽 전지훈련을 마친 뒤 믿는 구석이 생겼다고 했다. 임 감독은 “우리 팀이 힘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의 강한 수비를 어떻게 개인기로 깨느냐, 또 어떤 방법으로 체력 안배를 하느냐 여실히 느끼고 왔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원했던 훈련 성과의 70∼80% 이상을 얻었다”며 만족해했다.
임 감독은 “감독과 코치로 올림픽에 4번 다녀왔지만 이번 대표팀이 전력상 가장 약하다”면서도 백전노장들의 합류에 따른 조직력과 위기 대응 능력 향상에 희망을 걸었다. 임 감독은 “팀에 기둥이 있어야 한다는 걱정을 했는데 은퇴 후 다시 대표팀에 합류한 골키퍼 오영란(44·인천시체육회)과 우선희(38·원더풀 삼척)가 리더십을 발휘해주고 있다”며 “두 선수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전력의 약점을 채워주면 젊은 선수들이 나머지를 잘 메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영란과 우선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주역으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의 주인공이다. 이제는 둘 다 딸을 둔 엄마다. 딸과 헤어져 유럽 전지훈련에서 열 살에서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들과 고된 훈련을 함께 소화한 두 선수는 코트 밖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후배들을 살뜰히 챙겼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도전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오영란은 “맏언니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고 금메달을 꼭 따겠다.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여서 없던 힘까지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선희는 “딸이 없을 때는 부모님을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딸이 내가 핸드볼을 하는 이유”라며 “유럽 전지훈련에서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구상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보지 못한 후배들을 위해 몸을 바쳐 뛰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김온아(28·SK슈가글라이더즈)도 두 언니의 합류에 한껏 고무됐다. 김온아는 “혼자 경기를 이끌어 가는 게 힘들었는데 언니들이 오면서 부담을 덜었다”며 “언니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경기에서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일본과의 친선경기를 치른 뒤 올림픽 최종 엔트리를 선발할 예정인 대표팀은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본격적으로 상대에 따른 맞춤 훈련에 들어간다. 임 감독은 지옥 훈련을 예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