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축구 인생을 살아온 석현준(25·FC포르투)과 손흥민(24·토트넘)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메달 사냥을 위해 힘을 합치게 됐다. 유소년 시절부터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린 손흥민은 레버쿠젠(독일) 등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40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토트넘에 입성했다. 반면 현 소속팀 포르투까지 7개 팀을 돌아다닌 석현준은 ‘유니폼 수집가’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으나 끊임없는 도전으로 국가대표 공격수가 됐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27일 올림픽대표 최종 명단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석현준과 손흥민(이상 공격수)의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와일드카드에 공격수 2명이 뽑힌 것은 처음이다. 당초 2명의 수비수를 와일드카드로 고려했던 신 감독은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소속 팀의 반대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돼 공격수를 뽑았다”고 말했다. 소속 팀에 합류하기 위해 이날 출국한 석현준은 “한국을 대표해 꼭 올림픽 무대에 나서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석현준과 손흥민은 성격과 플레이스타일이 다르지만 측면과 2선 공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황희찬(20·잘츠부르크), 권창훈(22·수원) 등 23세 이하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석현준은 혼자 조용히 경기를 준비하는 고독한 킬러인 반면에 손흥민은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둘 모두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췄기 때문에 올림픽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A대표팀 ‘슈틸리케호’에서 함께 뛴 경기(교체 출전 포함)는 5경기로, 이 중 4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했다. 지난해 11월 라오스전(5-0승)에서는 손흥민(2골)과 석현준(1골)이 모두 골 맛을 봤다. 5일 A대표팀에서 치른 체코와의 평가전에서는 서로 공격 위치를 바꿔 가면서 패스를 주고받는 등 한국의 공격을 선봉에서 이끌었다.
일찌감치 와일드카드로 낙점된 손흥민과 달리 석현준은 황의조(성남)와의 경쟁 끝에 리우행 티켓을 땄다. 신 감독은 “A대표팀의 스페인, 체코 평가전에서 석현준이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힘과 집중력을 보여 줘 발탁했다”고 말했다. 몸싸움에 강한 석현준은 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는 신 감독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석현준과 손흥민의 동반 출격은 독일전에서 처음 이뤄질 예정이다. 다음 달 19일 베이스캠프인 상파울루에서 대표팀에 합류하는 석현준과 달리 손흥민은 다음 달 말에 팀에 합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다음 달 호주에서 소속팀의 프리시즌 경기를 치른 뒤 다음 달 31일 피지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리는 사우바도르에 도착한다. 1차전에 손흥민을 기용하지 않을 방침인 신 감독은 “석현준이 최전방에서 상대를 많이 흔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손흥민은 측면 공격수로 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A대표팀 공격수들의 합류로 창끝이 더 날카로워진 대표팀이지만 소속팀에서 결장이 잦은 측면 수비수들의 경기력 회복과 조직력 강화는 숙제로 남았다. 선수 차출 시기 문제로 국내 훈련 없이 다음 달 18일 곧바로 상파울루로 출국하는 것도 악재다. 세 번째 와일드카드로 수비수 장현수(25·광저우 R&F)를 선택한 신 감독은 “수비가 불안하다고 하지만 우리 팀은 대량 실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직력만 갖추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선수의 경기력이 떨어진 탓에 현재 대표팀의 점수는 60∼70점 정도다. 브라질에 도착해서는 100점짜리 팀으로 변화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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