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한국도핑방지위원회 진영수 위원장
“쉽게 몸짱 될 수 있다는 소리에… 스테로이드 복용하는 일반인 많아
효과는 잠깐… 부작용은 평생 간다”
“선수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약물을 만들어 주는 ‘도핑 디자이너’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새로운 도핑 기술을 개발할 정도면 의과학자 같은 전문가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과 지도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진영수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위원장(66)은 국내 스포츠의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도핑에 관여하면 절대 안 된다. 러시아가 좋은 예다. 반도핑기구는 절대로 ‘어용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금지목록 국제표준에 기재돼 있는 금지약물은 530여 개에 이른다. 유사한 구조나 효과를 가지는 금지약물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난다. 이 많은 약물이 다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걸까.
“종목 특성에 따라 선수들이 사용하는 약물이 다르다. 사격이나 양궁은 심박 수를 떨어뜨려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물이 선호되고 근력이 중요한 육상이나 역도는 애너볼릭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이 사용된다. 체중 조절이 중요한 체조 선수들은 이뇨제를 복용하곤 한다. 이뇨제는 신체에 남아 있는 다른 약물의 잔재를 없애준다. ‘도핑 세탁’을 위해 먹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금지약물이 된 것이다. 이 가운데 애너볼릭 스테로이드 같은 근육 강화제는 효과가 확실하다. 하지만 다른 많은 약물은 효과에 대한 논쟁이 있다. 고작해야 플라세보(위약) 효과에 그치는 약물도 많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14년 총 43명의 도핑 방지규정 위반자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79%(34명)가 보디빌딩에서 나왔다.
“요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일반인이 많다. 힘들게 운동하지 않아도 금세 ‘몸짱’이 되는 데다 선수가 아니기에 도핑 검사를 받을 일도 없어 쉽게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많은 스테로이드가 호르몬 계열에 속하는데 이런 것을 외부에서 주입하면 신체는 균형성을 잃는다. 근육은 커져도 간, 신장 이런 장기에 문제가 생긴다. 역도 선수들의 돌연사가 많은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고 본다. 효과는 잠깐이지만 부작용은 평생 간다.”
금지약물을 적발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피하려는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지금의 의과학 기술로 도핑을 100% 적발할 수 있을까.
“현재의 금지약물 대부분에 대해서는 검사 기법이 확립돼 있다. 하지만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이나 의료기법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또한 합성 호르몬은 쉽게 잡아낼 수 있지만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은 그렇지 않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선수생체여권(Athlete Biological Passport)이다.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선수들의 몸 상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 모든 선수의 생체여권을 만들 수는 없지만 주요 선수들은 이미 생체여권을 만들어 검사를 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어린 선수들에 대한 도핑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도핑이 나쁘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고교 시절에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학생이 많이 있지 않으냐. 도핑도 그렇게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박태환 선수가 도핑에 적발된 뒤 ‘나도 저런 몸을 갖고 싶다’며 박 선수가 복용한 금지약물을 찾는 청소년들이 있었다고 한다. 일종의 ‘모방 범죄’인 것이다. 도핑은 몸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부끄럽고 창피한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내부 고발자도 많이 나와야 한다. 열심히 훈련하는 게 경기력 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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