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에이스’ 권창훈 “‘골짜기 세대’ 반란, 내가 이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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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호’의 에이스 권창훈(22·수원)이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꾸기 시작한 때는 4년 전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던 2012년 8월 11일, 고등학생이었던 권창훈은 매탄고 축구팀 숙소에서 역사적 장면을 지켜봤다. 15일 경기 화성시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권창훈은 “메달을 딴 형들이 대단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내게도 그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권창훈은 19세 이하 대표팀 소속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19세 이하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라크를 꺾고 8년 만에 대회 정상에 복귀했다. ‘골짜기 세대(스타 선수가 없다는 뜻)’가 반란의 시작을 알린 순간이었다. 권창훈은 “대회가 끝나고 나서 문창진(포항), 이창민(제주) 등과 ‘올림픽에 꼭 나가서 형들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얘기를 나눴다. 우리 세대가 올림픽에 도전할 차례라는 것이 실감났다”고 말했다.

AFC 챔피언십 우승 후 4년이 흐른 지금 권창훈은 올림픽 대표팀(23세 이하·14경기 7골)뿐만 아니라 축구 국가대표팀(7경기 3골)에서도 주전으로 뛰고 있다. 1월에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는 5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달리던 권창훈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올림픽 최종명단 발표를 한달 앞둔 5월 포항과의 K리그 경기에서 아킬레스힘줄을 다쳤다. 권창훈은 “월드컵 등 큰 대회 예선에서 맹활약 한 선수들이 종종 부상으로 본선에 합류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는다. 그래서 나도 올림픽을 향한 꿈이 무너질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의 배려로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며 빠르게 부상에서 회복한 권창훈은 지난달 중순부터 정상적으로 소속팀 경기를 소화했다. 권창훈의 아버지 권상영 씨(57)는 “창훈이는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면 병상이나 벤치에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올림픽에 대한 강한 의지와 충분한 휴식을 준 감독님들 덕분에 회복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현재 몸 상태는 부상 전의 90%정도다. 경기를 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브라질에 도착해서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권창훈이 부상 회복에 매달릴 때 신 감독은 전화로 권창훈의 몸 상태를 자주 확인했다. 권창훈의 부상이 길어져 올림픽 본선 합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신 감독은 “권창훈은 대표팀 2선 공격진의 핵심 자원이다. 복귀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권창훈은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믿음을 보여준 신 감독에게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겠다. 감독님만 믿고 따르면 올림픽 메달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어떤 사령탑이냐”는 질문에 권창훈은 “‘구분남’이다”는 독특한 답을 했다. 그는 “감독님은 훈련과 자유 시간의 ‘구분’이 명확하다. 자유 시간에는 감독님이 장난을 많이 치면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한다. 하지만 훈련에 들어가서는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거나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신다”고 말했다. 그는 “화끈한 지도 방식 덕분에 선수들도 놀 때는 놀고, 훈련할 때는 강도 높게 집중하는 습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18일 브라질로 출국한 권창훈은 “지난해 8월 동아시안컵에서 첫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데뷔했을 때만큼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피지전·8월 5일)도 떨릴 것 같다. 브라질에 놀러가는 것이 아닌 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철저히 준비해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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