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예산, 베이징 20분의 1… ‘부끄러운 올림픽’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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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2016 리우올림픽 D-4]

軍 공항주변 경계 올림픽 개막을 5일 앞둔 리우데자네이루 산투스두몽 공항 주변에 대규모 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공사 지연 문제 등이 겹쳐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의구심을 갖는 리우 시민이 적지 않다.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軍 공항주변 경계 올림픽 개막을 5일 앞둔 리우데자네이루 산투스두몽 공항 주변에 대규모 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공사 지연 문제 등이 겹쳐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의구심을 갖는 리우 시민이 적지 않다.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웅장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은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올림픽의 얼굴인 개막식 총감독은 유명 영화감독에게 맡기는 게 최근의 유행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은 베를린, 칸, 베니스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장이머우 감독이었다. 런던 올림픽 총감독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쓴 대니 보일 감독이었다. 리우 올림픽 총감독을 맡은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도 이름값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시티 오브 갓(City of God)’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이다.

문제는 돈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었다. 역대 개막식으로는 가장 많은 1000억 원을 넘게 썼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는 480억 원가량이 들었다. 가장 최근 올림픽이었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도 런던 올림픽과 비슷한 금액의 돈을 썼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브라질은 돈이 없다. 메이렐리스 감독에게 총감독을 맡길 당시만 해도 4번의 행사(올림픽 개·폐막식, 패럴림픽 개·폐막식)에 1억1400만 달러(약 127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이후 틈날 때마다 예산을 삭감해 최근에는 5600만 달러(약 622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메이렐리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예산이 모자라는데 개막식 예산의 대부분은 경기장 안전 유지에 써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개막식 쇼 자체에 쓸 수 있는 돈은 베이징 올림픽 때의 20분의 1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리우 올림픽 개막식은 50억 원짜리 개막식이 된다. 그는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3000명이 해야 할 공연에 700명밖에 투입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브라질 국민의 40%가 아직 제대로 된 위생시설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번의 쇼에 수천만 달러를 쓸 수는 없다.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열정과 따뜻한 가슴을 담은 개막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106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공사 지연 등으로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달에는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일을 내팽개치고 파업을 벌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 분위기를 띄우는 데 쓸 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 불과 며칠 뒤 올림픽이 열리지만 주요 경기장들이 밀집한 바하 지역의 올림픽 파크 주변에서조차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포함해 7개 대회 연속 올림픽 출장을 온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렇게 올림픽 기분이 나지 않는 올림픽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여러 경기장이 손님 맞을 채비를 못 한 것도 불안 요소다. 1일 올림픽 파크 내 테니스 센터와 아쿠아틱 센터 등에서는 여전히 망치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경기장 공사가 끝나지 않았느냐”란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끝나고 있는 중이다.”

리우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 아니면 영국 일간지 ‘더 선’이 예상하듯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올림픽’으로 남게 될까.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uni@donga.com·정윤철 기자
#리우#브라질#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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