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코리아]‘사격 거인’ 진종오 세계무대 호령 뒤엔 kt ‘맞춤형 지원’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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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과 kt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권총 50m에서 올림픽 첫 메달(은메달)을 따낸 뒤 진종오(37·kt)는 당시 올림픽에서 44세 나이로 금메달을 딴 중국의 왕이푸처럼 45세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쉬운 목표는 아니었다. 비인기 종목인 사격, 그중에서도 찬밥이라는 권총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진종오
하지만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권총 50m 금메달, 공기권총 10m 은메달을 따더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오른 진종오는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격 개인종목 최초 3연패를 노리고 있다.

진종오가 이렇게 세계무대를 호령할 수 있게 된 데에는 한국 사격의 토대를 마련한 kt의 지원이 바탕이 됐다. kt는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이던 1985년 아마추어 종목 발전의 일환으로 사격팀을 창단한 이래 30년 넘게 비인기였던 사격 종목 지원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kt 사격팀은 출범한 지 5년이 지난 뒤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를 따낸 것. 하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이은철이 한국 사격 종목(소구경복사 50m)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kt 사격팀은 차용철 감독을 필두로 유망주 육성에 앞장섰고, 진종오라는 걸출한 스타를 포함해 선수 대부분이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명문 팀으로 성장했다.

kt는 아테네 올림픽 이후 진종오를 정규직 사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일종의 포상 개념이었다. 오랜 시간 사격을 지원하면서 ‘선수가 운동에만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메달을 계속 휩쓸며 연봉이 수직 상승한 진종오는 이제 정규직원의 연봉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연봉계약을 하고 있다. 대회 포상금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이다.

kt는 선수들이 몸만 와도 될 정도로 의류부터 장비까지 경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 진종오는 지난 올림픽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도 단 하나뿐인 권총을 들고 나선다.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Morini)가 2년여에 걸쳐 진종오만을 위해 제작한 총이다.

지원은 비단 물질적인 부분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격이 ‘멘털 스포츠’인 만큼 kt는 팀 내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1년에 1, 2회 워크숍으로 팀워크를 키운다.

선수 컨디션이 걸린 문제라면 사소한 것까지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프레올림픽 출전을 위해 런던에 다녀온 진종오가 “유럽까지 이코노미석을 타고 갔더니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고 하자 kt는 그 다음 대회인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부터 비즈니스석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석 가격은 이코노미석의 3배가량. 진종오는 처음 비즈니스석을 타고 간 대회부터 곧바로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2관왕에 올랐다.

프로농구, 프로야구와 함께 비인기 종목인 사격, 하키 팀을 운영하고 있는 kt 스포츠단은 앞으로도 인기 종목뿐 아니라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을 꾸준히 지원해 젊은 선수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림픽#리우#리우올림픽#사격#진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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