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의 영광과 힘, 발전상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인 올림픽 개막식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개막식의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는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도 3일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4일 개막식 내용이 공개되며 한순간에 ‘김빠진 맥주’가 돼버렸다. 조직위원회 특별 초청을 받아 ‘드레스 리허설’을 지켜본 수천 명의 참가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리허설 모습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 조직위는 당초 “비밀을 지켜 달라.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수천 명이 5시간 가까이 지켜보는 동안 사진 찍기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부 출연진도 자신의 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
“계약서에 공연 내용 일부를 비밀에 부치기로 돼 있다”던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메이렐리스 감독은 ‘시티 오브 갓’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을 연출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유출된 리허설 사진으로 미뤄 보면 6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의 주제는 ‘세계 평화에 대한 갈망’. 또 아마존을 비롯해 브라질의 다채로운 자연 환경을 소개하며 원주민 역사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생활상도 다루고 있다.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 사랑을 조명하는 장면도 들어 있다.
현지인들이 ‘파벨라’라고 부르는 빈민촌도 개막식을 이루는 구성 요소 중 하나다. 라이트 형제와 함께 비행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브라질 출신 아우베르투 산투스두몽(1873∼1932)이 디자인한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장면도 등장한다. ‘더 걸 프럼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 같은 보사노바부터 삼바, 펑크(funk)와 랩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출연진에 따르면 ‘삼바의 전설’ 엘자 소아리스(79)와 래퍼 MC 소피아(12)가 세대를 뛰어넘어 음악 공연을 책임진다. 소아레스는 리우가 고향이며, MC 소피아는 SNS에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올리면서 랩 영재로 불리고 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톱 모델 지젤 번천(36)과 역시 브라질 출신인 레아 T(35)도 나란히 개막식에 출연한다. 레아 T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이탈리아에서 여성 모델로 활약 중인 트랜스젠더다. 조직위는 “번천은 생애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런웨이 워킹을 선보일 것이다. 레아 T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첫 번째 트랜스젠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개막식에는 전문 댄서 300명과 자원봉사자 5000여 명이 출연한다. 이들이 개막식 준비에 바친 시간을 모두 더하면 40만 시간이 넘는다. 이들은 모두 합쳐 1만2000벌이 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공연을 펼치게 된다. 개막식에 입장하는 각국 선수단과 임원진도 1만2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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