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팀 미드필더 류승우(23·레버쿠젠)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평가다. 신 감독은 1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 예선이 끝난 뒤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밀린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늘릴 방법을 찾아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독일 프로축구 레버쿠젠에서 벤치 신세였던 류승우는 자존심을 버리고 아르미니아 빌레펠트(2부 리그)로 임대 이적을 택했다. 빌레펠트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경기 감각을 되찾은 그는 지난달 1일 레버쿠젠으로 복귀했지만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혼자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류승우는 5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 1차전 피지와의 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의 8-0 대승을 이끌었다.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세계대회를 통틀어 해트트릭을 기록한 한국 남자 축구 선수는 유승우가 처음이다. 그는 “올림픽만 바라보고 간절하게 준비해온 것이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류승우의 맹활약 속에 한국은 피지전에서 각종 기록을 달성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승리로 ‘신태용호’는 한국 남녀 축구 사상 올림픽과 FIFA 주관 세계대회에서 최다 골 차 승리와 최다 골 승리를 동시에 거둔 팀이 됐다. 또 권창훈(후반 16분, 17분)과 류승우(후반 17분 45초)가 1분 45초 사이에 넣은 3골은 한국 각급 대표팀의 국제경기 사상 최단 시간 3득점 기록이다. 승점 3점이 된 한국은 이날 2-2로 비긴 독일과 멕시코(이상 승점 1점)를 제치고 조 1위를 기록했다.
류승우의 활약은 ‘전차군단’ 독일과의 2차전(8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과거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독일 선수들의 성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류승우는 “독일전은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2차전도 좋은 결과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독일은 예선에서 활약했던 일부 주축 선수들이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출전으로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멕시코전에서 골을 터뜨린 세르쥬 나브리는 빠른 측면 돌파 능력과 골 결정력을 갖춰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들의 발이 느리고 조직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노출했다. 따라서 침투 능력이 좋은 류승우 등 한국의 2선 공격수들이 충분히 공략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신 감독은 “피지전에서 대량득점으로 승리를 거둬 당초 계획대로 독일전에 ‘올인(다걸기)’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개최국 브라질(A조)은 졸전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0-0으로 비겼다. 나이지리아(B조)는 비행기 티켓값 지불 문제 등으로 인해 경기 시작 6시간 전에 브라질에 도착하고도 일본을 5-4로 꺾는 저력을 보여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