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기보배·최미선, 8일 여자단체전 8연패 달성 -7일 남자단체전 금메달 이은 ‘신궁 코리아’의 낭보 -12일 여자·13일 남자 개인전 석권 시 사상 첫 독식 첫 금메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흐뭇한 소식이 추가됐다. 이번에도 양궁이다. 남자 단체전에 이어 장혜진(29·LH)-기보배(28·광주광역시청)-최미선(20·광주여대) 트리오가 출전한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맥을 캤다.
여자양궁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완벽하게 꺾었다. 세트 점수 5-1(59-49 55-51 51-51)로 이겼다. 양궁은 세트를 이기면 2점을 얻고, 비기면 1점씩 나눠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자양궁은 1988년 서울대회부터 단체전 8연패의 쾌거를 달성했다.
● 바람도 꺾지 못한 기세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찌는 듯한 태양이 오후 내내 내리쬐더니 어디선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사대에 정렬한 각국 궁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수가 점차 많아졌다. 장내를 쩌렁쩌렁 울리며 관중의 갈채를 유도한 장내 아나운서의 “텐(10)” 외침 역시 차츰 줄어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은 거세졌다. 종잡을 수 없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힘껏 당긴 시위를 놓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다. 스스로를 믿었고, 동료를 믿었다. 평소처럼 자신 있게 활을 쐈다.
변함없는 실력 앞에 변수는 통하지 않았다. 8강에서 일본을 제압한 데 이어 ‘난적’ 대만을 4강에서 세트 점수 5-1(60-50 53-53 56-52)로 물리쳤다. 결승 상대 러시아도 가볍게 제압했다. 10점 만점이 1세트에 5발, 2세트에 4발 나왔다. 첫 주자 장혜진부터 마지막 주자 기보배까지 환상의 하모니를 이뤘다.
‘활은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던 현장. 양궁장에 대거 모여든 외국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한국양궁만 왜 다른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4년 전 런던대회에서 개인·단체전을 석권한 기보배가 살짝 힌트를 줬다. “한국에선 바람 많은 장소에서 꾸준하게 대회를 치르고 있다. 솔직히 8강, 4강 때보다 결승전 바람이 심해 조금은 당황했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를 신뢰했다. 앞서 먼저 활을 쏜 동료들이 제 몫을 해줘 좋은 성적이 나왔다.”
시상대 꼭대기에 선 태극낭자들이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도 내리지 않던 빗방울은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야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쉬움과 상실감이 아닌, 승리와 축복의 단비였다.
● 올림픽 8연패에서 전 종목 석권으로!
금메달의 맛을 묻는 질문이 공식 인터뷰에서 나왔다. 주장 장혜진은 “무지개 솜사탕”이라고 답했고, 기보배는 “엄마가 보글보글 끓여준 김치찌개”라고 표현했다. 이 때 막내 최미선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한 마디가 나왔다. “아직 배가 고파요.”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한국대표팀 감독이 남긴 명언을 따른 것이다.
그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개인전이 태극궁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당장 8일 밤부터 시작된 레이스는 12일(여자부)과 13일(남자부) 개인전 결승으로 막을 내린다. 양궁에서 남녀 개인·단체전 석권은 아직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꿈의 기록이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대회 개막에 앞서 진행된 개인예선 랭킹라운드에서 남자대표팀 주장 김우진(24·청주시청)이 세계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역사를 향한 불씨를 지폈다.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단체전에서 확신이 섰다. 동일 종목 4개의 금메달은 결코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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