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남자축구는 23세 이하(U-23)로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최종 엔트리는 총 18명으로 꾸리는데, 이중 3명은 나이에 관계없이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다. 감독들은 와일드카드 선발을 통해 전력 극대화를 꾀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최국 브라질의 경우, 네이마르 다 실바(24·FC바르셀로나)를 와일드카드로 뽑았다. 이처럼 와일드카드로는 각국의 간판 국가대표(A대표)를 선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와일드카드 낙점을 놓고 심사숙고했던 한국 신태용(46) 감독도 A대표팀의 주축인 석현준(25·FC포르투), 손흥민(24·토트넘), 장현수(25·광저우 푸리)를 택했다.
● 석현준·손흥민, 우려를 씻어내다!
석현준과 손흥민은 이름값을 고려했을 때 와일드카드 선발이 당연해 보이지만, 리우올림픽 개막 이전까지는 우려가 따르기도 했다.
석현준은 신 감독이 와일드카드로 우선 고려한 선수가 아니었다. 당초 신 감독은 수비수 홍정호(27·장쑤) 선발을 염두에 뒀지만, 당시 소속팀인 아우크스부르크(독일)의 차출 거부에 직면했다. 그 대신 신 감독은 석현준을 선발해 공격력을 극대화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 18일 출국 때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 석현준은 조직력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치른 이라크와의 평가전(7월 25일·한국시간)에서 늑골 부상까지 당해 불안감을 드리웠다.
손흥민도 불안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최근 소속팀과 A대표팀에서 모두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름값만으로 올림픽대표팀이 됐다’는 혹평도 따랐다. 여기에 소속팀의 프리시즌 일정 때문에 대회 개막이 임박해서야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석현준과 손흥민은 조별리그 1·2차전을 통해 와일드카드의 몫을 톡톡히 했다. 둘은 5일 피지와의 1차전(8-0 승·석현준 2골·손흥민 1골), 8일 독일과의 2차전(3-3 무·석현준·손흥민 각 1골)에서 연속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독일전에서 1-2로 뒤진 후반 12분 환상적 드리블에 이은 왼발 슛으로 동점골을 뽑았고, 후반 30분 교체 출전한 석현준은 2-2로 맞선 후반 42분 역전골로 축구팬들을 열광케했다. 이들은 화끈한 활약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올림픽대표팀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려 11골을 몰아쳤다. 이 중 5골을 석현준(3골)과 손흥민(2골)이 책임졌다. 1·2차전에서의 활약 덕분에 석현준과 손흥민은 출전 자체만으로도 상대팀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됐다. 신태용 감독 스스로도 “공격에선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낼 정도로 공격에 힘이 붙었다.
올림픽대표팀은 11일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른다. 1승1무의 한국은 비겨도 8강에 오를 수 있다. 신 감독은 석현준과 손흥민을 믿고 있다. 1·2차전을 통해 팀 적응력과 경기감각을 높인 석현준과 손흥민도 반드시 멕시코를 잡고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석현준은 “비겨도 (8강에) 올라가지만, 멕시코전을 이긴다는 생각만 하겠다. 멕시코전을 쉽게 하면 마음이 느슨해져서 8강에서 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 역시 “멕시코전 승리를 위해 집중하겠다”며 필승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