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떠올리면 어떤 단어가 연상되나요? 먼저 삼바 축제가 있고, 축구가 있겠죠? 물론 한시적이겠지만 당분간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생각날 겁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커피입니다. 요즘은 아프리카 케냐와 에티오피아, 동남아시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들이 추가됐지만 커피는 그래도 브라질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18세기 무렵 유럽에서 들여온 커피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수출하는 나라랍니다.
리우올림픽 현장에서도 커피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입니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온 5000여 명의 취재진(방송·중계인력 제외)의 집합소인 리우 바하 지역의 미디어센터를 비롯해 각 경기장에 마련된 소규모의 미디어 룸에서 커피를 계속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체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500ml짜리 물 한 병을 6헤알(약 2000원)씩 받으며 바가지를 씌우고 있지만, 커피만큼은 유일하게 무료로 채워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한국의 자랑거리(?)인 ‘믹스커피’에 적응된 터라, 쓰디쓴 브라질 커피가 그리 맛있지는 않습니다. 설탕을 아무리 뿌리고 또 뿌려도 입안이 씁쓸해 한 잔도 채 마시지 못할 때가 많네요. 평소 하루 2∼3잔씩 들이키는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달달하고 시원한 커피가 어찌나 생각나던지, 결국 참다못해 외출을 시도했습니다.
마침 유명 관광지인 코파카바나 해변을 방문한 길에 커피숍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카운터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아이스라테 플리즈∼.” 영어를 못하는 종업원이 계속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이스카페 플리즈∼.”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다시 갸웃거리네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해 포르투갈 단어까지 보여줬는데도 당최 이해를 못하던 이 사람이 참 답답합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브라질에선 커피에 이물질(특히 얼음)을 추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신성한 커피’에 대한 모욕이라나?
하지만 시간을 쪼개고 위험까지 감수하며 외출한 터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제조하기로 합니다. 먼저 작은 에스프레소를 시킨 다음 우유를 추가했습니다. 여기에 얼음까지 보태니 가격이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32헤알(약 1만1000원). 심지어 우유도 산양 젖이 나왔네요. 어렵게 만든 아이스라테의 맛이 아주 구토를 유발하네요. 아이스라테를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야심차게 시도한 일탈은 그렇게 처참한 귀결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