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대표팀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준비하며 한 가지 키워드를 내걸었다. 이른바 ‘타도 일본’이었다. 리우올림픽 남자 66kg급 은메달리스트 안바울(22)을 비롯해 남자 60kg급 김원진(24), 남자 73kg급 안창림(22)의 라이벌은 일본 선수였다. 안바울은 에비누마 마사시, 김원진은 다카토 나오히사, 안창림은 오노 쇼헤이에 초점을 맞춰 훈련했다. 여자 57kg급 김잔디(25)의 최대 난적으로 꼽힌 선수도 일본의 마쓰모토 가오리였다. 전지훈련지로 일본을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서정복 유도대표팀 총감독도 “일본 선수들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김잔디는 마쓰모토의 굳히기 공격만 잘 분석하면 충분히 금메달이 가능할 것으로 계산했다.
● 유럽·남미에 발목, 메달전선 먹구름
그러나 대회 초반부터 메달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게다가 김원진과 안바울 외에는 아예 일본 선수와 맞대결조차 해보지 못했다. 유럽과 남미의 벽에 가로막혔다. 김원진은 8강전에서 베슬란 무드라노프(러시아), 안창림은 16강전에서 티르그 판 디첼트(벨기에)에게 발목을 잡혔다. 김잔디도 16강전에서 하파엘라 시우바(브라질)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결승에 오른 안바울과 정보경은 각각 파비오 바실(이탈리아),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를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아닌 유럽과 남미에 당했다.
● ‘파워 유도’ 대비 안 했나
안정된 자세와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유도와 달리 유럽과 남미선수들은 강력한 힘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달려든다. 한순간 방심하다가는 매트에 쓰러지기 십상이다. 7일(한국시간)부터 9일까지 유도에서 나온 금메달 6개 중 3개를 유럽, 2개를 남미선수들이 따냈다. 나머지 1개의 주인은 일본의 오노다. 동메달을 따낸 일본선수 5명 중 3명도 유럽과 남미의 벽에 막혀 금메달의 꿈을 접었다. 이는 화려한 기술도 힘이 뒷받침돼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량급 선수들이 끊임없이 변칙기술을 연마하는 이유다. 한 유도인은 “힘에서는 아시아선수들이 유럽과 남미선수들에게 밀린다”며 “특히 체급이 올라갈수록 힘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 세계랭킹 1위가 독 됐나
김원진, 안바울, 안창림은 국제유도연맹(IJF)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김잔디도 한국여자선수 중 가장 높은 2위다. 그러나 랭킹이 올림픽 메달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한판패를 당할 수 있는 종목의 특성상 랭킹은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6명 중 세계랭킹 1위는 여자 52kg급의 마일린다 켈멘디(코소보)가 유일하다.
한국은 랭킹포인트를 쌓기 위해 여러 국제대회에 선수를 파견했다. 안창림도 올해 올림픽에 앞서 파리그랜드슬램, 뒤셀도르프그랑프리 등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랭킹포인트를 쌓았는데, 그러면서 전력이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한 유도인은 “일본선수들은 랭킹포인트가 어느 정도 쌓이면 국제대회 출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전력노출을 피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