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양궁 세계新 김우진… 경기장 바람 불운에 32강 탈락
남자 유도 안창림-김원진… 상대 집중견제 타깃 되며 무릎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각 종목 세계 랭킹 1위들이 메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남자 유도 73kg급에서 금메달이 기대됐던 세계 랭킹 1위 안창림(22)은 9일 벌어진 16강전에서 만난 체급 랭킹 18위의 벨기에 선수에게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앞서 남자 유도 60kg급 세계 랭킹 1위인 김원진(24)도 8강에서 18위인 러시아 선수에게 패했다. 남자 양궁 세계 1위인 김우진(24)도 9일 개인전 32강전에서 탈락했다. 특히 김우진은 이번 대회 개인전 랭킹 라운드에서 720점 만점에 700점으로 세계기록을 작성한 뒤여서 충격이 더 컸다. 남자 테니스 세계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29·세르비아)도 단식 1회전에서 탈락해 체면을 구겼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원인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합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랭킹 제도의 허상이다. 대표적으로 유도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유도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1000점, 세계선수권 1위에게는 900점, 대륙선수권 우승자에게는 400점, 대륙별 오픈대회 우승자에게는 100점의 랭킹 포인트를 준다. 대회별로 3위 안에 들지 못해도 각 순위에 해당하는 포인트가 부여된다. 이 때문에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많이 할수록 포인트를 많이 쌓을 수 있어 랭킹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유도의 체급별 세계 랭킹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스러운 대목이 보인다. 남자 전체 7체급의 1위 중 유도 종주국 일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왜 그럴까. 선수층이 두꺼운 일본은 1, 2, 3진이 국제대회에 고루 출전하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한국은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 1진들이 나간다. 안창림은 2014년 12월까지만 해도 체급 랭킹이 200위권이었다. 유도와 같은 격투 종목의 경우 랭킹 경쟁 상대로부터 집중적인 분석 대상이 되는 랭킹 1위 선수는 많은 대회에 출전할수록 전력 노출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도 올림픽 메달 획득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경기 당일 컨디션이나 경기장 환경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세계 랭킹 1위 선수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다. 양궁의 김우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김우진이 32강전에서 쏜 12발의 화살 중 10점에 꽂힌 건 4개뿐이다. 특히 2세트 두 번째 화살은 7점을 기록했다. 리우 올림픽 전까지 화살 한 발당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에 9.5점이었던 김우진에게는 좀처럼 드문 경우다. 김우진은 금메달을 딴 7일 남자 단체전 결승 때도 6발 중 5발을 10점에 꽂았고, 나머지 한 발은 9점이었다. 32강전에서의 부진을 김우진의 이번 올림픽 경기력 난조로 보기 힘든 이유다.
김우진이 난조를 보인 건 경기장 환경과 관련이 있다. 김우진이 7점을 쏜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에 바람을 타면서 과녁 중앙에서 벗어났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제아무리 세계 랭킹 1위여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김우진은 3세트에서 세 발 모두 8점을 쐈다. 7점을 쏜 뒤로 바람을 의식해 오조준을 한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살을 쏠 당시 경기장 내 상황이 상대 선수의 슈팅 때에 비해 순간적으로 김우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경우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우진은 32강전에서 탈락한 뒤 “환경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패배의 원인을 바람 탓으로 돌리지는 않겠지만 바람이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대진운도 세계 랭킹 1위가 무시하기 힘든 변수 중 하나다. 조코비치가 단식 첫판에서 덜미를 잡힌 상대는 세계 랭킹 141위인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28)다. 델 포트로는 랭킹에서는 한참 아래지만 조코비치를 세 번 이겨 본 경험이 있다. 특히 델 포트로는 4년 전 런던 올림픽 3위 결정전에서 조코비치를 누르고 동메달을 차지했었다. 게다가 델 포트로는 아르헨티나 선수다. 남미 대륙의 첫 올림픽인 리우 올림픽은 델 포트로에게 사실상 안방경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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