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표도 안 좋은데 왜 이렇게 자신이 있죠? 저 사고 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목에 메달을 걸어드리러 가겠습니다.’
박상영(21·한국체대)의 펜싱 첫 스승인 현희 진주 제일중 펜싱부 코치(39)가 며칠 전 박상영으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이다. 결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낸 제자는 10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정상에 오르는 ‘대형 사고’를 치며 약속을 지켰다.
박상영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08년 여름 현 코치 밑에서 처음 검을 잡았다. 졸업 후 진학한 진주 경남체고에서는 현 코치의 남편인 정순조 코치(40) 밑에서 펜싱을 배웠다.
이날 남편과 밤새 박상영 경기를 지켜본 현 코치는 “상영이 몸이 되게 좋아 보였다. 발놀림과 순간적으로 넣는 포인트가 아주 빨라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영이와 플레이 스타일이 맞지 않아 껄끄러워 했던 프랑스 선수가 준결승에서 떨어지고, 헝가리 선수와 결승에서 만난 것도 운이 따른 것”이라며 “결승에서 패색이 짙었던 상영이가 ‘할 수 있다’고 계속 주문을 외는 걸 보고 나도 그렇게 따라 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정 코치는 박상영을 노력형 선수로 평가했다.
“상영이는 동료들보다 늘 1시간 먼저 일찍 나와 새벽부터 몸을 풀고 가장 늦게 훈련을 마쳤습니다. 승부욕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강해 10점 이상 지다가 역전승한 적도 많았죠. 중학교 3학년 때는 전국대회 7관왕에 올랐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인 대표에 뽑힐 만큼 성장 속도가 빨랐습니다.”
현 코치와 정 코치는 강압적인 방식 보다는 자발적인 훈련과 동기 부여를 강조했다. 두 사람은 “선수를 억지로 끌고 가면 단기적인 효과는 있어도 오래가기 힘들다”며 “상영이에게 훈련이든 상대 선수 분석이든 스스로 할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힘겹게 운동하던 박상영의 모습은 두 지도자에게도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두 사람은 “큰 대회를 앞두고 우리 집에서 먹고 재웠는데 운동복, 신발 등 장비를 빌려 쓸 때가 많았지만 늘 밝았다”며 “상영이는 장학금을 받으려면 좋은 성적을 내야 했기에 더 독하게 운동에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현 코치는 한국체대 1학년 때 처음 만난 학교 1년 선배 정 코치와 2001년 결혼한 뒤 2002년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챔피언이 됐다. 정 코치 역시 펜싱 국가대표 출신이다. ‘검객 부부’ 지도자는 “상영이가 너무 자랑스럽다. 선수 때 본 적도 없는 올림픽 금메달을 걸어준다니 우리도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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