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이 열린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베테랑인 헝가리의 게자 임레(42)를 상대로 박상영이 9-13으로 뒤진 채 2라운드를 끝내자 런던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원우영 SBS 해설위원은 “더 많은 정확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3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박상영도 주문을 외듯 연신 혼잣말로 “할 수 있다”를 되뇌였다. 하지만 오히려 임레에게 연거푸 점수를 허용하며 10-14까지 내몰렸다. 1점만 더 내주면 경기가 끝나게 되자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고낙춘 MBC 해설위원은 “이거 졌습니다. 솔직히 좀 어렵습니다”라며 박상영의 패배를 예고했다. 조종형 펜싱 총감독마저도 경기가 끝난 뒤 “솔직히 나도 막판에 포기했습니다. 10-14에서 뒤집을 거라고 어떻게 상상을 했겠어요?”라고 말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2분 24초를 남긴 시간. 박상영의 막판 대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박상영은 ‘천천히 하자. 급하다.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처음으로 가자’고 자신에게 주문을 건 박상영은 반격의 1점을 따냈다.
그 순간 런던 올림픽 펜싱 동메달리스트인 최병철 KBS 해설위원은 “박상영이 여기서 그냥 끝내진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 위원도 “박상영 선수는 경기를 하면서 점점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저 스텝 보세요”라며 후배를 응원했다.
박상영이 다시 한 점을 따라붙자 선배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박상영이 12점째를 얻자 원 위원은 “좋았어요!”라고 소리치면서 “더욱 침착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위원도 “하나만 더 찌르면 임레가 당황할 것”이라며 기운을 북돋았다.
경기 종료까지 1분 41초를 남겨둔 시간. 박상영이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며 14-14 동점을 만들어내자 선배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고 위원은 “아~ 박상영! 박상영!”이라고 외치며 말을 잇지 못했고, 최 위원도 “막고 찔렀어! 막고 찔렀어!”라고 외치며 박상영의 기술을 칭찬했다.
4초 뒤 박상영이 마지막 1점을 따내며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금메달’을 만들어내자 최 위원은 “금메달! 믿을 수 없습니다. 후배에게 또 한 수 배웠다”며 박상영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고 위원도 “해냈어요. 미안하다! 상영아! 내가 잘못했다! 이건 제가 판단 미스인데요,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라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고 위원은 “경기 전 한국에서 훈련 할 때 대표팀이 ‘메달은 딸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견제도 심하다’고 하고, 초반에 성적이 좋지는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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