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후반 32분 터진 권창훈(22·수원삼성)의 결승골로 멕시코를 1-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2승1무(승점 7), C조 1위로 당당히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국축구가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조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대표팀은 14일 오전 7시(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D조 2위 온두라스와 4강행 티켓을 다툰다. 온두라스는 11일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페널티킥 2개를 얻어내는 행운이 따른 끝에 1-1로 비겨 8강에 합류했다. 멕시코전 결승골의 주역 권창훈과 한국축구의 2회 연속 올림픽 8강 진출을 이끈 신태용 감독이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도 승전보를 전해오기를 기대해본다.
● 한방으로 말한 ‘난 놈’ 권창훈
한국은 멕시코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최소 조 2위로 8강에 오를 수 있어 유리했다. 그럼에도 필승을 외친 신태용 감독은 수비안정을 위해 포어 리베로 시스템을 가동했다. 수비 시에는 쓰리백이 되지만, 공격 시 4-4-2로 바뀌는 전술이다. 그러나 이것이 독이 됐다. 선수들이 물러서면서 멕시코에 주도권을 내줘 고전했다. 실점하지 않고 힘겹게 버티던 상황을 권창훈이 단숨에 뒤집었다. 권창훈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가 걷어낸 볼을 잡아 개인돌파로 수비수 여러 명을 따돌린 뒤 강력한 왼발 슛으로 멕시코 골망을 흔들었다. 권창훈의 한 방으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올림픽대표팀은 물론 A대표팀에서도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권창훈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었던 올림픽대표팀을 개인능력만으로 구했다.
● ‘운장’ 신태용 감독의 강한 기운
신태용 감독은 종종 스스로를 ‘운장(運將)’이라고 칭한다. 한 번만 패해도 목표달성이 불가능한 토너먼트에선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신 감독은 타고났다. 신 감독은 프로팀을 지도할 때 토너먼트대회에 유독 강했다.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토너먼트대회에서 준우승 등 좋은 성과를 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운이 따라주고 있다. 멕시코전에선 후반 17분 상대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튕겨 나왔다. 골포스트를 튕긴 볼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면, 한국은 탈락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이 8-0으로 완파한 피지가 멕시코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등 선전해줬다. 멕시코가 5-1로 피지를 눌렀지만, 한국은 득실차에서 월등히 앞선 가운데 멕시코전을 맞았다. 득실차에서 크게 앞선 덕분에 한국은 멕시코에 비겨도 되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