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는 ‘큰형님’… 신태용은 ‘동네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올라!2016 리우올림픽]신태용호, 4년 전과 어떻게 다른가

멕시코 격파 직후 손흥민의 셀카 11일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승리한 직후 손흥민(아래 가운데)이 한 팬의 휴대전화에 직접 남긴 ‘셀카’. 한국 응원단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이욱표 씨 제공
멕시코 격파 직후 손흥민의 셀카 11일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승리한 직후 손흥민(아래 가운데)이 한 팬의 휴대전화에 직접 남긴 ‘셀카’. 한국 응원단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이욱표 씨 제공
‘신태용호’는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홍명보호’처럼 첫 관문인 조별리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홍명보호와 차이가 있다. 런던 올림픽 축하연에서 홍명보 감독(47)에게 “다음 대표팀 감독은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말했던 신태용 감독(46)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 동네 형님과 큰 형님

신 감독과 홍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가진 사령탑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같은 형님이라도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은 다르다. 런던 올림픽 때 홍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했다. 당시 그는 “난 너희들을 위해 등에 칼을 꽂고 다닌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다치거나 잘못되면 자신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는 ‘큰 형님’ 홍 감독의 자신감은 선수들을 뭉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신 감독은 장난기 많은 ‘동네 형님’처럼 선수들과 소통한다. 그는 선수들과 함께 사우나에 들어가거나, 귀를 깨무는 장난을 하면서 감독과 선수 간의 벽을 허문다. 일부 선수가 신 감독을 ‘쌤(선생님)’으로 부르는 이유다. 심상민은 “신 감독님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 주신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를 지켜야 할 때는 홍 감독과 다르지 않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3차전 후반 추가시간에 멕시코 선수가 테크니컬 지역 인근에서 황희찬을 가격하자 신 감독은 멕시코 선수에게 달려가 불같이 화를 냈다. 황희찬은 “감독님이 나를 보호해 주셨다. 토너먼트에서의 활약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창과 방패

수비수 출신인 홍 감독이 런던 올림픽에서 압박 수비가 중심인 축구를 구사한 반면 공격수 출신 신 감독은 공격 축구로 메달을 노린다. 신 감독은 개인기가 좋은 멕시코와의 맞대결을 앞두고도 “내가 수비 축구를 해야 하나? 공격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생각을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에서 12골(3실점)을 넣어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세계대회에 참가한 역대 아시아 국가 중 조별리그 최다 득점 기록을 달성했다. 약체 피지를 상대로 8골을 넣기는 했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공격으로 맞불을 놓은 끝에 3골씩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만들어냈다. 홍명보호는 런던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2득점, 1실점을 했다.

당시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던 홍명보호는 4강에서 브라질을 만나 0-3으로 졌다.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은 고전 끝에 8강에 올랐다. 한국과 브라질이 모두 8강에서 이기면 4강에서 또다시 맞붙게 된다.

○ 수다쟁이 와일드카드

런던 올림픽 와일드카드였던 박주영, 김창수, 정성룡은 말수가 많은 선수들이 아니었다. 당시 대표팀 분위기를 주도한 선수는 23세 이하였던 구자철-기성용 콤비였다. 그러나 신태용호에서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과묵하다. 문창진은 “우리끼리 있으면 서로 말이 없어서 침묵이 흐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손흥민과 장현수가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손흥민은 룸메이트인 막내 황희찬 등 4, 5명의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휴대전화 게임을 즐기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8강행이 확정된 뒤 라커룸에서 가장 즐거워한 선수도 손흥민이다. 정승현은 “흥민이 형이 흥분을 많이 해서 굉장히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주장 장현수는 들뜬 분위기 탓에 동생들의 정신력이 느슨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는 라커룸에서 “즐거운 분위기는 오늘까지만 즐기자. 내일부터는 다시 축구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브라질리아=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올림픽#리우#축구#신태용#홍명보#멕시코#손흥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