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골짜기 세대’ 우뚝 솟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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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2016 리우올림픽/분투]우뚝 솟은 ‘골짜기 세대’
멕시코 꺾고 사상 첫 ‘조 1위 8강’ 최약체 평가 딛고 2회 연속 진출
기성용 세대와 이승우 세대 사이 ‘이광종 대타’ 신태용 감독과 의기투합

권창훈 골로 1 대 0 11일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은 권창훈. 브라질리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권창훈 골로 1 대 0 11일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은 권창훈. 브라질리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골짜기 세대’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황금 세대’ 형님들도 못 해본 조별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올림픽 2회 연속 8강 진출을 이뤄냈다. 한국 축구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포함해 본선 무대를 밟은 역대 10차례의 올림픽에서 조 1위로 8강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1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멕시코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오른 올림픽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린다. 23세 이하(와일드카드 3명 제외)가 출전한 리우 올림픽 대표팀의 대부분은 1993년과 1994년생이다. ‘황금 세대’로 불린 1989∼1991년생들(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김영권, 지동원 등)이 주축이었던 4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 비해 이름의 무게가 떨어진다. 여기에다 4년 뒤 2020년 도쿄 올림픽 세대인 1997년과 1998년생 중에는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 소속인 백승호와 이승우, 장결희 등이 있다. 앞뒤로 높은 봉우리 사이에 끼여 있다고 해서 ‘골짜기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이다.
 

▼ “낮은 기대치가 자극제… 똘똘 뭉쳤다” ▼

하지만 ‘골짜기 세대’라는 꼬리표는 올림픽 대표팀에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문창진은 “우리는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관심도 많이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똘똘 뭉쳤다”며 “올림픽은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연령별 대회다.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똘똘 뭉친 골짜기 세대는 ‘난놈’ 신태용 감독과 함께 그동안 어떤 세대도 못 한 일을 해냈다. 신 감독은 프로 사령탑 2년 차이던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하면서 ‘난놈’이란 별명을 얻었다. ACL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최초의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난놈’ 신 감독이지만 선수 시절 올림픽에서는 좋은 기억이 없다. 신 감독이 선수로 출전했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은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3무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신 감독은 올림픽을 1년 6개월 앞두고 이광종 감독이 백혈병으로 올림픽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올림픽 대표팀을 맡게 됐다. 신 감독은 역대 가장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에 “최상의 전력으로 팀을 바꿔 놓는 게 감독이 할 일이다. 도전해 보겠다”며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조 1위로 8강행을 이끈 신 감독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4년 전의 4강을 뛰어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골짜기 세대’는 멕시코전에서 후반 32분에 터진 권창훈의 선제 결승골로 2012년 런던 올림픽 우승팀 멕시코를 꺾고 조별리그를 2승 1무로 마쳤다. 한국은 14일 오전 7시 온두라스를 상대로 2회 연속 4강 진출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2회 연속 4강에 오른 아시아 팀은 없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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