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양궁 싹쓸이’ 쏜 현대車 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5일 03시 00분


정몽구-의선 父子 31년 지원 결실

한국 양궁 선수단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선전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녀 개인·단체전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했다. 이 때문에 31년간 한국 양궁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온 현대차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양궁협회장을 지냈고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 자동차 연구개발 기술 끌어다 첨단훈련 지원

현대차그룹은 신차 개발에 들어가는 기술을 이용해 양궁 훈련을 지원해 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선수단이 경기 외적인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활 비파괴검사 △맞춤형 그립 제작 △슈팅머신 도입 △뇌파측정 훈련 등이 그 예다.

현대차그룹은 신차를 개발할 때 부품 내부의 균열을 분석하는 기술을 적용해 ‘활 비파괴검사’를 실시했다. 이는 활 내부의 균열을 보기 위한 검사다. 올림픽에서 쓰이는 리커브 활의 날개는 반복해서 당기고 쏘는 과정에서 손상을 입기 쉽다. 또 5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어 이상이 있는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경기 직전이나 경기 중에 활이 부러질 위험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통해 활 내부를 3D 영상으로 재현해 정밀 분석하도록 했다. 덕분에 미리 장비 파손에 대응할 수 있었다. 6월 말 활 비파괴검사를 통해 선수 전원의 활 날개 상태를 최적화했다.

현대·기아차 디자인센터의 3D 스캔 기술은 선수들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줬다. 그립은 활의 중심에 덧대는 것으로 선수의 손에 꼭 맞아야 한다. 만약 그립에 손상이 가면 다시 손에 맞도록 다듬어야 하는데, 똑같이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개발 시 클레이 모델을 만들어 내·외부를 3D로 정밀 스캔한 후 자동차를 설계한다. 이 기술과 장비를 통해 선수들의 손에 맞는 그립을 맞춤 제작했다. 선수들은 개인당 5개의 그립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이 외에도 신규 화살의 불량 여부를 테스트하는 ‘슈팅머신’을 도입했다. 선수들이 활을 쏠 때 하는 행동을 뇌파로 측정하는 ‘뇌파측정 훈련’도 실시해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 양궁협회와의 대를 이은 인연

양궁협회는 범현대가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초대 양궁협회장을 맡았고 정몽구 회장이 그 뒤를 이어 네 번 회장직을 지냈다. 지금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이다.

정 회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 과학 장비를 직접 구매해 협회에 선물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는 “관중이 많은 야구장에서 활쏘기 훈련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해 2020년까지 협회를 이끈다. 정 부회장은 국가대표 선발전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이 양궁 후원에 쏟아부은 금액은 450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주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와 코치진에 돌아간 포상금만 해도 60억 원이 넘는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로 양궁 선수단 전원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이동하도록 했다. 선수촌과 거리가 먼 양궁 경기장 인근에는 물리치료실, 휴게실 등을 갖춘 대형 캠핑카를 마련해 편의를 제공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정몽구#리우올림픽#현대차그룹#기아차#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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