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30)은 쓰라린 패배에 눈물을 쏟았다. 16일 이용대(28)와 짝을 이뤄 출전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8강전에서 패배해 탈락한 뒤였다. 유연성은 “마지막은 ‘고맙다’로 끝내고 싶었는데 ‘미안하다’로 끝내게 됐다”며 울먹였다. 그 옆에서 연방 입술을 깨물다 유연성의 어깨를 두드려준 이용대의 표정도 굳어져갔다. 2013년 10월 처음 짝이 된 뒤 2년 넘게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던 두 선수가 받아들이기에는 결과는 너무 힘들었다.
이번 대회는 유연성과 이용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출전한 올림픽 무대였다. 지난해 2월 결혼한 유연성은 출국하기에 앞서 “아내 보다 용대와 보낸 시간이 더 많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10월에 아빠가 된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아기 이름을 리우라고 짓기로 했다”고 말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리우 올림픽 선수촌에서도 두 선수는 하루 24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용대는 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유종의 미를 다짐했었다. 20세의 나이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정재성과 금메달을 노렸으나 동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이용대가 도핑 테스트 기피 의혹으로 선수 자격 정지라는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유연성은 곁을 지켜주며 복귀를 도왔다.
3회 연속 출전한 올림픽을 노메달로 허망하게 마무리한 이용대는 “2014년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 올림픽만 바라보고 왔는데 너무 아쉽다. 접전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가 더 위축된 플레이를 했다.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유연성과 이용대는 8강전에서 맞붙은 말레이시아 선수들(세계 12위)에게 상대 전적 5승 1패로 우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리우 올림픽 예선 조별리그부터 컨디션 난조에 허덕여 자신감이 떨어진 유연성과 이용대를 맞아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져도 그만’이라는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했고 빠른 드라이브 공격까지 위력을 발휘해 이변을 엮어냈다.
올림픽 2관왕 출신으로 현장을 지켜본 김동문 원광대 교수는 “올림픽에서는 심리적인 부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가장 중요하다. 세계 1위에 오래 머물다보면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린다. 올림픽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일반 대회처럼 즐겼으면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연성과 이용대는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에도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 같은 특급 대회에서는 번번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런 징크스를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던 두 선수는 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 남자 복식 2개조가 모두 뼈아픈 역전패로 4강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남자 단식 세계 랭킹 8위 손완호는 8강에 올라 17일 세계 2위 천룽(중국)과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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