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대표팀 레프트 박정아(23·IBK기업은행·사진)는 한국배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힌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박정아는 이번 올림픽 6경기에서 39득점(6서브·1블로킹)에 공격성공률 28.82%를 기록했다.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의 뒤를 받쳐줄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다소 아쉬웠다. 특히 16일(한국시간) 마라카나지뉴에서 벌어진 네덜란드와의 8강전은 악몽과도 같았다. 득점은 4점에 불과했고, 범실은 무려 16개나 저질렀다. 공격(8개), 서브(2개), 리시브, 디그(이상 3개) 등 전체적으로 잔 실수가 많았다. 특히 이날 박정아의 리시브 정확도는 16%(25시도·4성공)에 불과했다. 결국 한국은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패배에 따른 비난의 화살이 박정아에게 쏠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박정아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적의 공격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세터의 역할인데, 네덜란드전에선 잘 안 됐다. 마음이 여린 데다 작은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는 성격인 박정아가 행여 트라우마를 떠안는 것은 아닐까 배구계의 우려가 크다. 박정아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 배구인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박정아는 한국배구를 이끌어갈 미래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국제경쟁력을 키운 것도 수확이다. 거센 비난에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정아가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 리시브 불안에 사로잡히는 것보다 공격력을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토스의 질에 상관없이 공격할 수 있다면, 이는 리시브 불안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187cm의 장신 날개공격수는 V리그에서도 제1옵션으로 통할 수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박정아 본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