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탁구의 ‘우리 영식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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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28)은 누리꾼들 사이에 ‘우리 누나’로 통한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국내 팬들이 애정과 친근함의 표시로 ‘우리 형’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한일전에서 30점을 기록하며 역전승을 이끈 ‘우리 누나’에 이어 ‘우리 동생’을 배출했다. 남자 펜싱의 박상영 선수(21).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10 대 14로 뒤진 상황, 그는 “할 수 있다”고 혼잣말을 한 뒤 내리 5득점을 따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카메라에 잡힌 ‘할 수 있다’ 장면은 온 국민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역전 드라마의 기적을 만든 ‘긍정 청년’은 그때 이후 ‘우리 동생’으로 통한다. 이제 ‘우리∼’ 시리즈의 새 가족으로 ‘우리 영식이’가 합류했다.

▷탁구 대표팀의 정영식 선수(24). 남자 단식 16강전에선 세계랭킹 1위 마룽 선수에게 역전패한 데 이어, 남자 단체 준결승전에선 랭킹 4위 장지커 선수에게도 패했다. 경기에 지고도 핑퐁 스타로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탁구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지금까지 금메달 30개 중 26개는 중국 차지였다. 패배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우리 영식이가 거침없는 투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쳐 세계 최강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올해 나이 스물넷이니 4년 뒤엔 한국 탁구가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사람들은 결과로도 환호하지만, 과정으로도 감동한다. 정영식 선수의 투지와 근성, 정말 멋졌다. 내가 꼭 이기고야 말겠다, TV 너머로까지 느껴지는 투지에 나도 무언가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 누리꾼은 ‘외계인 중국에 맞서는 지구 대표’라며 우리 영식이의 패기와 근성에 환호했다. 정 선수는 말한다. “주변에서 중국 절대 못 이긴다는 말을 하지만 솔직히 한계가 어디 있나 싶다.” 훈련장에 제일 먼저 나와 불을 켜고, 가장 늦게 불을 끄는 선수가 바로 우리 영식이다. 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올림픽 스타들이 자랑스럽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여자배구 대표팀#김연경#박상영#정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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