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눈빛으로 선수들 포용하는 행정가 유승민이 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4시 34분


“선수 유승민이 눈빛이 날카로운 사람이었다면, 행정가 유승민은 따뜻한 눈빛으로 모든 선수를 포용하는 사람이 되겠다.”

19일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선수위원에 당선된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은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IOC와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스포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과의 일문일답.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소감은.

“그 동안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지난 달 23일 브라질에 도착해서 24일부터 선거 운동 시작해 어제까지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기쁘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더 무겁다. 제가 할 수 있는 노력 다해서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무루호시 고지(일본), 로베트트 샤이트(브라질) 등 유력한 후보들을 제쳤다.

“현장에 와 보니 선수들이 IOC 선수위원 선거에 대해 잘 모르더라. 일단 발로 뛰는 게 중요하겠다 생각해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7시에 나와 저녁 늦게까지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했다. 진심으로 웃고 힘을 실어줬다. 제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밝게 웃어줘서 저를 찍었다는 선수도 있었다. 그런 진심이 통했기에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을 얻은 것 같다.”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는 유승민 후보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더라.

“저를 뽑아준 선수건 아니건 제 인사를 25일간 지겹게 받아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저도 선수 생활을 오래해서 올림픽 때 선수들이 얼마나 민감하고 방해받고 싶지 하지 않는지 잘 안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선거 운동을 했다. 사실 선거가 끝날 날까지 제가 왜 거기 서있는지 모르는 선수도 있었다. 마지막 날 투표 해달라고 하니까 ‘아, 네가 그래서 거기 있었구나’ 하는 친구도 있었다. 저를 지지해준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선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기대를 안 해주셨기 때문에 부담 없었다. 저도 한국에서 올 때부터 어려울 거라는 전망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응원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힘을 많이 얻었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왔는데 어설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루가 길고 외로웠지만 최선을 다했다.”

-한국 스포츠에서는 큰 경사다. 앞으로 한국 스포츠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인가.

“지금 저희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저도 언론이나 접해 보면 IOC와의 가교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행정가로서 아직 업무를 해 보진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업무 익혀서 도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을 어필했나.

“이번에 선수들 만나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선수들의 가장 큰 이슈는 도핑 같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과연 선수위원회가 선수들 위해서 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선수들이 자기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면 선수위원회는 그런 선수들을 도와야 한다. 선수들과 IOC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솔직히 집에 가장 먼저 가고 싶다(웃음). 21일에 IOC 총회를 마치고 나서 선수위원회 미팅을 갖는다. 이후 폐막식에 참석하게 된다. 원래 후보자 AD였는데 업그레이드 카드로 바꿔주더라. 식사 티켓도 없어 쿠폰으로 먹었는데 이제는 선수촌 식당에서 그냥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외로운 싸움이었을 텐데 누가 도움이 많이 됐나.

“선거 룰이 워낙 엄격했다. 식당이나 식당 앞 도로에서 선거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IOC와 관련된 언론 인터뷰도 금지됐다. 후보자들끼리도 너무 힘든 거 아니냐며 탄식을 내질렀다. 하지만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2004년 올림픽 금메달과 지금 선수위원 당선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다.

“2004년에는 팀하고 같이 나가서 팀과 응원 받으면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 비행기 타고 와서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선거를 혼자서 치렀다. 하루가 너무 길었고 힘들었다. 그 때마다 강문수 총감독이 항상 해주신 말씀을 떠올렸다. ”한 번 더(One more)“였다. 남들보다 한 번 더, 일 분 더 하면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일찍 들어가고 싶을 때도 선수 한 명이 더 나타나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처음 IOC 선수위원 도전을 생각을 어떻게 했나.

“4년 전 런던 올림픽 출전 때 좀 힘들었다. 후배와 경쟁해 단체전 한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 때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4년 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문대성 선수위원과 한 방을 썼다. 그 때 문 선배를 보고 꿈을 키웠다.” -임기가 끝나는 8년 뒤 어떤 선수위원으로 기억되고 싶나.

“8년 뒤 정말 열심히 해서 정식 IOC멤버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아시아 사람으로 IOC 위원이 돼 스포츠 계에 기여하고 싶다. 선수들에게도 약속한 게 있다. 정말 너희를 우해서 열심히 해 보겠다는 것이다. 열심히 선수위원으로 활동해서 모든 선수들이 박수 쳐 줄수 있는 위원 되고 싶다.”

-정말 진심이 통했던 거 같다.

“선수 때는 시합이 끝나면 항상 후회라는 게 남았다. 하지만 어제 선거가 종료되는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진짜 후회가 안 남을 거 같았다. 떨어지면 억울할 거 같긴 했다.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 걸고 선수들에게 저의 진심을 보여준 선거였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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