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가 커피포트를 들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근대 5종 경기장 기자실에 나타나자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브라질 남자 축구가 우승을 확정하던 순간에도 이보다 큰 환호성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브라질은 축구만큼 커피로도 유명한 나라지만 리우 올림픽 취재 현장은 최근 며칠 심각한 ‘커피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18일(현지시간) 각 언론사가 베이스캠프처럼 쓰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는 “오늘부터 커피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한 미국 기자는 이 안내문을 보자 “브라질이 이번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능력이 안 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기자들이 그저 공짜 커피가 사라졌다고 불만을 품게 된 건 아닙니다. 조직위에서 제공하지 않으면 먹거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주변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커피라도 좀 마시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겁니다. 때에 따라서는 경기장 매점에 문자 그대로 먹을 게 단 하나도 없을 때도 있습니다. 밖에서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고요? 매일 즉석밥에 통조림으로 저녁을 때우는 데 지친 동아일보 취재팀은 때마침 저녁 경기가 없는 날 MPC에서 이동 거리 기준으로 6.2㎞ 떨어진 해산물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구글맵’으로 대중교통 정보를 확인하니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고, 교통 체증 때문에 1시간 20분이 넘게 걸리더군요. 한국 시간에 맞춰 지면을 제작하려면 현지 시간으로 밤 9시에 두 번째 하루를 시작해야 하기에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이번 올림픽 때는 어떤 자원봉사자가 교통을 통제하느냐에 따라 MPC 앞에까지 택시가 들어올 수 있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이날 자원봉사자는 택시를 막았습니다. 택시를 타려고 2.5㎞를 걸었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니 한참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버스 대신 택시를 탄다고 교통 체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죠. ‘그냥 내려서 걸어가자’고 마음먹었을 때 멀리서 총성이 들렸고 계속 택시를 타고 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길을 잘못 들어 유턴만 세 번 했습니다. 결국 1시간 반이 넘게 걸려서야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저녁 경기라도 있었으면 취재를 ‘펑크’낼 뻔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기자만 만나면 “평창 때는 안 이렇겠지?”하고 묻는 외국 기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도 “외신 간담회 때 제일 많이 받는 질문도 똑같다”며 웃었습니다. 평창 때는 정말 이렇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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