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간) 카리오카 체육관 3관에서 벌어진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에서 차동민(30·한국가스공사·사진)이 동메달을 따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로써 한국태권도는 여자 49kg급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 여자 67kg급 오혜리(28·춘천시청)가 금메달, 남자 58kg급 김태훈(22·동아대), 남자 68kg급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 그리고 차동민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5개 체급에서 모두 메달을 수확했다.
5명 모두 메달을 따낸 것 자체로 대단한 수확이다. 이번 올림픽에선 어느 하나 만만한 체급이 없었다. 짧은 시간에도 득점이 가능한 태권도 종목의 특성도 한몫했다. 또 전자 헤드기어, 팔각경기장 등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에 따른 적응 과제도 산더미였다. 특히 한국선수들에게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2000시드니올림픽 남자 80kg 이상급 금메달리스트인 김경훈 스포츠동아 태권도해설위원은 “한국선수들은 올림픽에 나갈 때마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과 싸워야 한다”며 “올림픽에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뛴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혹평과도 싸워야 했다. 김소희는 금메달을 따낸 뒤 “도망가는 경기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기도 했다. 실제 김소희는 다양한 기술과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적 경기를 펼치는 선수다. 그러나 이기기 위한 수비 위주의 전략이 ‘재미없는 태권도’로 변질된 것이 문제였다.
전자호구 시스템과 채점방식 등의 변화에도 한국태권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4년 전 런던올림픽의 부진(금1·은1)을 메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절대강자가 없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냈다는 것도 의미가 컸다. 김경훈 위원은 “전체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돼 쉽지 않은 무대였는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냈다. 선수들이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기뻐하는 모습도 좋았다”며 “전자호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줄었지만, 채점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판정시비도 그만큼 감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