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전설이 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2일 05시 45분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골프 金…사상 첫 골든그랜드슬램

부상, 부진, 출전 말리던 부정적 시선
역사적인 도전 위해 선택한 마이웨이
남편과 매일 훈련하며 샷 감각 회복
강자들 추격 따돌리고 감동의 드라마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16언더파 268타의 박인비는 리디아 고(뉴질랜드·11언더파 273타), 평샨샨(중국·10언더파 274타)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1900년 파리올림픽 이후 116년 만에 펼쳐진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이어 최초로 골든 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4개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이루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겼다.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부상의 덫에 빠졌던 ‘골프여제’

부상과 우려, 그리고 쏟아진 비난. 올림픽을 앞두고 박인비는 힘든 시간을 겪었다. 올해 초부터 부상에 시달렸다. 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 바하마클래식에서 허리 통증으로 시작해 왼쪽 손가락 부상까지 당하면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일부 극성스러운 팬들은 “후배에게 티켓을 양보하라”며 박인비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고민하던 박인비는 7월 11일 올림픽 출전을 선언했다. ‘부상’과 ‘경기력 저하’라는 2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남은 시간을 올림픽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역사에 도전했다. 국내에서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스윙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 씨와 함께 매일같이 연습하고 코스를 돌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8월 4일 올림픽 모의고사를 치렀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다수마스터스에서 약 2개월 만에 필드를 밟았다.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불가능을 이룬 ‘침묵의 암살자’

돌아온 박인비의 모습은 불안했다. 경기는 날카롭지 않았고, 퍼팅에도 예리함이 떨어져 있었다. 당장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이 걱정이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졌지만, 박인비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불가능했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면서 여기까지 왔다. 올림픽에서도 다시 이겨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2주 만에 현실이 됐다. 자신에게 쏟아진 의심과 비난을 모두 잠재우고 마침내 올림픽 챔피언으로 등극하면서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다.

박인비는 2007년 LPGA 투어로 데뷔했다. 통산 17승(메이저대회 우승 7승)을 포함해 2014년 63년만의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나비스코 챔피언십·LPGA 챔피언십·US여자오픈), 2015년 아시아선수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2016년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회 등 숱한 기록을 써내려왔다. 또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두고 리디아 고,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험난한 경쟁 속에서도 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왔다. 그리고 리우올림픽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여자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가 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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