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왕중왕전 복식 우승-단식 4강
리우서 보여준 투지와 근성 발휘… 결승전 日에 0-2 뒤지다 역전승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로 간다”
올림픽후 세계 최고 中리그 진출… 임대선수로 뛰며 경기 운영 배워
시즌 마지막 국제무대 화려하게 장식
‘핑퐁 독사’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은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계기로 일약 국민 스타로 떠올랐다.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세계 랭킹 1위 마룽(중국)과의 남자 단식 8강전과, 독일과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여준 끈질긴 투지와 근성 때문이었다.
올림픽에서 보여준 강한 인상 덕분에 정영식은 세계 최강인 중국 탁구 슈퍼리그의 상하이 클럽 팀에 임대 선수로 진출해 10월부터 활동하고 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말했던 정영식은 그의 장담처럼 올 시즌 세계 탁구를 마감하는 왕중왕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정영식은 11일 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그랜드 파이널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이상수(26·삼성생명)와 짝을 이뤄 우승했다. 모리조노 마사타카-오시마 유타 조(일본)와의 결승에서도 세트 스코어 0-2까지 뒤졌지만 정영식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내리 4세트를 따내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정영식은 세계 톱 랭커만이 출전해 ITTF 시즌을 결산하는 이번 대회 단식에서도 세계 랭킹 5위를 처음 꺾은 데 힘입어 4강까지 진출했다. 정영식은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뛰어난 선수가 즐비한 중국에서 뛰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중국 탁구의 주무기인 강한 회전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웠다. 파워는 더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우 올림픽의 아쉬움 때문에 속이 상했는데 이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이후 TV 예능프로그램 섭외 요청이 몰리기도 했지만 정영식은 운동에 방해되는 외부 활동은 철저히 멀리했다.
김택수 미래에셋대우 감독은 “영식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내년 1월 발표될 세계 랭킹에서는 현재 세계 10위에서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식이 몸담고 있는 상하이 팀은 중국 탁구 영웅으로 세계선수권 단식 3회 우승에 빛나는 왕리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정영식은 “뒷심 부족이 내 약점인데 왕 감독에게 ‘내가 안전하면 결과는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고비에서 더 적극적으로 상대가 예측 못 하는 플레이를 펼치라는 의미였다.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3위 쉬신이 뛰고 있는 상하이 팀이 안방경기를 하면 경기장에 3000명 넘는 팬들이 몰려든다. 오빠라고 부르는 중국 팬까지 생기며 중국에서 ‘탁구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정영식은 “여성 탁구 팬들이 공항, 호텔까지 몰려든다. 과자, 육포 등 간식을 사다 주기도 한다”며 웃었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녔지만 탁구대 앞에 서면 날카로운 집중력을 펼쳐 ‘독사’로 불리는 정영식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제70회 전국 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모처럼 국내 팬들 앞에 선다. 2014년 단식 정상에 올랐던 이 대회를 마치면 다시 중국 리그에 돌아가 연말까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정영식은 “9월 이후 매주 경기를 치르느라 체력 부담은 있지만 응원해 주는 분들을 위해 힘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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