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D-85] 컬링, 지적 능력과 육체 활동의 조화…‘재미 만점’ 겨울스포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7시 00분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제22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눈과 얼음 위의 스포츠 대축제’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동아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과 함께 동계올림픽 종목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 컬링 (Curling)

미는 힘·안정된 자세·방향 컨트롤 능력 겸비해야
그라운드 특성 이해와 팀원간 긴밀한 호흡도 중요

국내 선수들 경기 경험 적어 전략수립능력에 약세
집중 육성하면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가능성 높아


컬링은 다른 종목에 비해 생소한 스포츠로, 정적이고 단조로운 경기라 운동량도 적고 재미도 없는 종목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컬링을 경험하고 나면 고도의 육체활동과 더불어 바둑이나 체스 같은 복잡한 지적활동이 겸비된 완벽한 종목임을 인정하게 된다.

컬링에서 요구되는 주요 기술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다른 종목에서 맛볼 수 없는 컬링만의 묘미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컬링의 주요 포인트 중 첫째는 핵을 미는 기술이다. 핵을 눌러 원하는 크기와 방향으로 반발력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결과적으로 스톤의 속도와 방향을 원하는 대로 굴릴 수 있게 한다. 핵을 눌러 발생하는 반발력의 방향과 신체중심, 스톤과의 올바른 정렬을 통해 신체가 회전하지 않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 폴로스루 시 스톤을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슬라이딩 풋의 고정성이다. 고정성이란 ‘슬라이딩이 된 후 슬라이딩 풋은 신체 회전의 중심축을 이뤄야 하며, 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슬라이딩 풋의 유연성이 좋아야 한다. 즉, 발의 유연성을 통해 슬라이딩 풋에서 주로 나타나는 과도한 배측굴곡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동작은 발바닥과 지면의 접촉면적을 크게 하고 지면을 누르는 발의 압력이 고르게 발바닥 전체로 펴지게 해 동작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한발로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균형감각능력도 좋아야 하며,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근력도 요구된다.

셋째, 방향감각 및 컨트롤 능력이다. 스로워(thrower·투구자)는 목표지점을 정하고 그 목표지점에서 정확하게 스톤을 놓게 된다. 그러나 바닥이 빙판이기 때문에 목표대로 방향을 잡아나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공간지각능력과 그에 따른 조절능력이 필요하다. 잘못된 슬라이딩에 의해 신체의 방향성이 틀어진 경우, 스로(throw) 시 마지막으로 손이 떨어지기 전 전완이나 손에서 방향성을 미세하게 교정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요구된다.

넷째, 무게중심의 올바른 변화 및 유지다. 스로 동작 시작에서부터 슬라이딩 풋에 무게중심이 실리기까지 무게중심은 서서히 낮아지게 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무게중심이 갑작스럽게 주저앉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대퇴, 복부 및 고관절 주위 근육이 약할 경우 갑자기 무게중심이 밑으로 주저앉게 돼 잘못된 동작이 만들어진다. 완전히 슬라이딩 풋에 무게중심이 실린 이후에는 무게중심의 높이나 이동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그라운드 특성에 대한 이해다. 그라운드는 빙판으로 돼 있고, 그 위에는 작은 물방울을 바닥표면에 뿌려 형성된 페블, 세밀한 온도 및 습도 차이에 의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성애 등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이 있다. 따라서 경기장소나 환경, 경기의 진행에 따라 빙질, 페블, 성애 등의 변화가 나타나며 그 결과 스톤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한편 스위핑(sweeping)에 따라 스톤은 전후로 약 2m, 좌우로 스톤 한개 정도 위치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스로워가 스톤을 잘못 던졌더라도 스위퍼들의 능력에 따라 스톤의 방향이나 스톤의 속도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스위핑 능력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또 이러한 특성 때문에 스로워, 스위퍼, 스킵(skip·주장)이 경기 중 긴밀하게 소통하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이야기하는 장면도 목격된다.

여섯째, 스킵의 역할 수행이다. 스킵은 상대팀 스톤의 위치에 따라 최선의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고도의 전략가이자 결정구를 던지는 최종 스로워다. 따라서 수많은 경우를 경험한 노하우를 통해 이른 시간 내 최선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며, 정확하고 세밀한 스로 능력이 필요하다. 현재 외국 우수선수들에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의 부족한 점은 전략수립능력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선수들은 대개 1년에 50회 이상의 경기를 치러 많은 상황을 경험하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지만, 국내 선수들은 6경기 정도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황변화에 따른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 가능성이 큰 종목이 컬링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다소 단순하고 지루해 보이는 종목 같지만, 컬링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러 요소를 필요로 한다. 바닥에선 빙판, 페블, 성애와 같은 미세한 요인들에 대응해야 한다. 정적이고 느린 움직임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더 큰 근력 발현도 중요하다. 한발로 안정적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균형감각도 필요하며, 손끝의 미세한 컨트롤 능력과 고도의 집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아울러 바둑이나 체스처럼 상황변화에 따른 순발력 있는 최선의 전략수립 같은 활발한 두뇌활동도 요구된다. 또 부상이 적고 선수들의 황금기가 30대에서 40대에 걸쳐 있는 종목이라 비교적 오랜 기간 수행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특성도 지니고 있어 대중스포츠로서 손색없다. 다만 컬링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이 충분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지만 앞으로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풍부하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충분한 종목이라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

문영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박사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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