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500m-1000m-계주 3관왕… 작년 세계선수권 박승희 넘어뜨려
고의 실격 당하고도 개인종합 우승… 한국 대표팀 메달 전망 한층 밝아져
“왕멍은 감독도 아무 소리 못하는 선수예요.”
최광복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말처럼 중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왕멍(29)은 팀 내에서 제왕 같은 존재다. 빼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종종 물의를 일으켜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는 ‘뉴스 메이커’다.
왕멍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500m와 1000m,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3관왕에 올랐다. 에이스 왕멍의 맹활약 속에 중국 여자 쇼트트랙은 여자 경기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가져갔다. 당시 한국은 3000m 계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실격 판정을 받는 불운을 겪었다.
올림픽 다음 해인 2011년 8월 술에 취한 채 감독을 때리는 사고를 쳐 대표팀에서 퇴출됐던 왕멍은 2012년 말 대표팀에 복귀했다. 2013년 3월 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왕멍은 주 종목인 500m에서 우승하는 등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대회 마지막 날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한국 팬들을 경악시켰다. 개인 종합 1위를 달리던 왕멍은 마지막 경기인 3000m 슈퍼 파이널을 앞두고 개인종합 2위를 달리던 박승희(22·화성시청)에게 역전당할 위기를 맞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박승희가 우승하고 왕멍이 3위 안에 입상하지 못하면 박승희가 종합우승을 하게 되는 것. 장거리에 자신이 없던 왕멍은 마지막 경기에서 잘 달리고 있던 박승희를 고의로 밀어 넘어뜨려 실격을 당했고, 박승희는 우승은커녕 3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결국 왕멍은 자신의 계획대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박승희를 비롯한 한국 팀에는 두고두고 큰 상처가 됐다.
그런 왕멍이 다음 달 개막하는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신화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왕멍은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훈련을 하다가 오른 발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중국 대표팀은 자세한 부상 원인과 상태에 대해서는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아 사실상 올림픽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왕멍은 2013∼2014시즌에도 4차례의 월드컵 대회 500m에서 3번이나 금메달을 따내며 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해 11월 4차 월드컵에서는 중국 대표팀을 이끌고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대표팀의 경계 대상 1순위에 꼽혀 온 왕멍이 부상을 당하면서 심석희(17·세화여고), 박승희 등 한국 여자 대표팀의 메달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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