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 ‘위대한 도전’] 우연한 만남이 바꿔놓은 삶…썰매는 그들의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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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4일 07시 00분


지난달 27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그린피아 콘도 골드홀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대표선수들이 공개 훈련을 하고 있다. 봅슬레이는 이변이 많다. 대표선수들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평창|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지난달 27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그린피아 콘도 골드홀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대표선수들이 공개 훈련을 하고 있다. 봅슬레이는 이변이 많다. 대표선수들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평창|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스켈레톤 윤성빈 평범한 학생서 태극마크 인생역전
시속 150km 맨몸 질주에 공포보다 재미 느낀 괴짜

청각장애 김동현 봅슬레이 대표선발전 ‘덜컥’ 합격
원윤종·전정린에 합류 권하며 던진 말 “즐기러 가자”


‘운명은 우연처럼 다가왔다. 우연이 필연이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계올림픽 전 종목 출전이라는 기적을 쓴 봅슬레이·스켈레톤국가대표팀의 얘기다. 스켈레톤국가대표 윤성빈(20·한체대)은 불과 2년 전까지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당시 “일반인 신분”이었고, 만약 스켈레톤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그래서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면 “아르바이트로 학교 등록금을 벌고 있을 학생”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TV 중계를 통해서만 봐왔고, 태극마크에 대한 환상도 있었던” 그가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의 권유로 스켈레톤을 만나 인생역전을 했다. 겁 없는 신인은 시속 150km의 스피드를 온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종목에서 공포보다 재미를 느꼈고, 1년 6개월 만인 2013년 1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대륙간컵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아직 알아야 할 게 많고 풀어나가야 할 것이 많아서 매력이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면 집 반찬이 달라질 것 같다”는, 엉뚱하면서 배짱 넘치는 윤성빈의 질주가 기대된다.

남자봅슬레이국가대표 원윤종(29·경기연맹)과 전정린(25·강원도청)도 김동현(27·강원도청)의 권유로 봅슬레이에 빠지게 됐다. 봅슬레이라는 종목 자체가 생소하기만 한 이들을 향한 김동현의 한마디는 “즐기러 가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동현은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세상의 소리에 단절된 채 성장했지만, 2007년 오른쪽 귀에 인공 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소리를 접했다. ‘신세계’를 만난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봅슬레이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해 ‘덜컥’ 합격했다. 봅슬레이는 김동현에게 ‘기적’을 가져다줬다. 4인승 브레이크맨으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2014년에는 파일럿(조종수)으로 자리를 바꿔 또 한 번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다. 그에게 봅슬레이는 장애인에서 국가대표를 만들어준 귀한 인연이었던 것이다. 원윤종, 전정린에게 자신 있게 봅슬레이를 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원윤종은 “봅슬레이는 혼자가 아닌 함께 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며 “파일럿인 만큼 동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소치에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자봅슬레이국가대표 김선옥(34·서울연맹)과 신미화(20·삼육대)도 각각 육상과 창던지기를 하다가 봅슬레이로 전향한 이색경력을 가지고 있다. 김선옥은 “봅슬레이는 상위권(1∼10위)에 랭크되는 나라는 0.1초 차이로 순위가 결정된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될지 경기를 해보기 전까지 몰라서 도전정신이 더 생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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