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스프린터로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 받는 샤니 데이비스(32·미국)는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모태범(25·대한항공)을 만나면 종종 “소치에서 500m 양보할 테니까 1000m는 나에게 줘야 돼”라는 농담을 던졌다. 두 선수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남자 500m와 1000m의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가진 라이벌이다.
친근감을 표현한 말이었지만, 사실 가볍게 넘길 내용은 아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은 500m 금메달에 매우 근접해있지만, 1000m에선 기록상으로 샤니 데이비스에 뒤진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은 월드컵 랭킹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1000m에선 4위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부터 3차 대회까지 1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올림픽 3연패라는 위업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다. 500m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제갈성렬 전 대표팀 감독은 “500m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여자 500m의) 이상화는 기록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메달권이 안정적이지만, 모태범은 경기 당일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1만m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이승훈(26·대한항공)은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와 5000m와 1만m에서 모두 숙명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크라머는 밴쿠버에서 5000m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1만m에서도 가장 좋은 기록을 냈지만 레인 침범으로 실격됐다. 2번이나 실수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많은 해외 언론은 크라머가 5000m, 1만m에서 모두 우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훈은 최근 계속해서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 제갈성렬 전 감독은 “이승훈은 몸 상태가 최상이다. 밴쿠버처럼 첫 번째 금메달을 따내 선수단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