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겨울올림픽 7일 개막]
빙상경기장 2곳 빙질 단단한 편… 김연아 점프-쇼트 기술발휘 호재
이상화-모태범은 무른 빙질 선호… 적응력 뛰어나 좋은 성적 기대
“빙질 때문에….”
빙상 종목에서 흔히 듣는 선수의 실패 원인 중의 하나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두께 약 3mm, 길이 약 30cm의 스케이트 두 날에 온몸의 체중을 실어 시속 50km로 달리거나 자유로운 연기를 펼치는 빙상 종목에서 빙질은 경기력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성시백(27)은 “빙질은 선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경기력에 최대 70%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빙상 종목에 빙질 적응이 화두로 떠올랐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는 빙질이 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이 선호하는 빙질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점프의 교과서’로 불리는 만큼 다른 선수들보다 높고 긴 점프를 구사한다. 도약력을 얻기 위해 단단한 빙질은 필수다. 김연아는 미끄러지기 쉬운 단단한 빙질에서 더욱 화려한 스케이팅 기술을 선보인다. 반면 외국 선수들은 무른 빙질을 선호한다. 단단한 빙질은 넘어졌을 때 큰 충격을 줄 수 있고, 점프에 자신이 없는 선수들은 무른 빙질을 이용해 미리 빙판에서 조금의 회전을 한 뒤 점프를 한다.
쇼트트랙 대표팀에도 단단한 빙질은 희소식이다. 성시백은 “외국 선수들은 단단한 빙질에서 미끄러질까봐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스케이팅 기술이 뛰어난 한국 선수에게는 단단한 빙질은 호재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의 훈련장인 태릉빙상장은 선수들의 요구에 따라 실내 온도를 약 10도로 맞춘다. 그래야 빙판을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다. 얼음 온도도 영하 6도 정도로 조정한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들레르 아레나 빙질도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단단하다고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은 출발할 때 날을 깊게 박아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얼음이 약간 녹아 마찰력이 낮아져 속도를 내기 쉬운 무른 빙질을 선호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김관규 전무이사는 “무른 빙질을 이상화(25), 모태범(25) 등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좋아하지만 단단한 빙질에서도 충분히 훈련한 만큼 어떤 빙질이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올림픽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빙질 상태가 조금씩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관건은 적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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