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소치 에세이] 어린 후배들 한 명 한 명 ‘맞춤 보살핌’…대표팀 정신적 지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2월 10일 07시 00분


■ 한국 쇼트트랙 이끄는 이호석의 힘

동계올림픽 3회 연속 출전 베테랑
전훈 때부터 사기 진작 맏형 노릇


남자쇼트트랙국가대표 이호석(28·고양시청)은 팀 내 최고참입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부터 2010년 캐나다 밴쿠버, 2014년 러시아 소치까지 3회 연속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습니다. 암투병 중인 노진규(21·한체대)를 대신해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그는 엔트리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남녀쇼트트랙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해발고도 1800m의 고지대 프랑스 퐁 로뮤에서 진행된 전지훈련에서도 이호석의 활약은 빛났습니다. 단순히 ‘공백을 메워줘서’가 아닙니다. 윤재명 남녀쇼트트랙대표팀 총감독은 “전훈지에서 누구보다 목소리를 크게 냈다.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워주게끔 도와주고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국쇼트트랙에는 최근 위기설이 대두됐습니다.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워낙 금메달을 많이 땄던 효자종목이라 사람들의 기대감은 1등에 맞춰져 있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남자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이 저조하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이유입니다.

이호석은 어린 선수들을 다독였습니다. 조언의 내용도 섬세합니다. 심석희(17·세화여고)에게는 “월드컵 때만큼만 하라”며 어깨를 두드려줬습니다. 심석희는 이번 올림픽에서 이상화(25·서울시청)와 김연아(24·올댓스포츠)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서는 열일곱 살의 어린 후배가 행여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마음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신다운(21·서울시청)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아직 어리고 혈기왕성한 후배에게 평정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다운이는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중요해요. 올림픽 무대에 서면 더 흥분할 텐데…. 실수 한 번에 4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게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니까요. 다운이가 좀더 침착하게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이호석의 ‘맞춤 보살핌’ 덕분에 쇼트트랙대표팀은 전훈을 마치고 무사히 소치로 이동했습니다. 현지적응도 빠른 편이고요. 선수들의 얼굴은 밝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호석의 표정은 굳어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겠죠. 그 얼굴에서 대표팀 맏형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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