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역사상 ‘올림픽 메달 4개’ 두 번째 무릎수술만 10회…통증 이겨내고 투혼 남자선수 중 유일하게 비엘만 스핀 성공 개인전서 고별전…최다 메달 여부 주목
러시아 남자피겨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예브게니 플루셴코(32)의 애칭은 ‘빙판 위의 차르’ 또는 ‘빙판 위의 셰익스피어’다. 러시아의 절대군주인 차르를 떠올리게 만드는 압도적 기술력과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필적할 만한 표현력을 극찬한 것이다.
플루셴코는 조국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되는 2014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해 역사가 됐다. 10일(한국시간) 단체전 금메달 획득으로 플루셴코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은메달,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금메달,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올림픽 4회 연속 메달 획득의 위업을 달성했다.
피겨 역사상 한 선수가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딴 것은 플루셴코 이전에 단 한 명 있었을 뿐이다. 스웨덴의 길리스 에마누엘은 1920년 벨기에 앤트워프대회부터 시작해 1924년 프랑스 샤모니대회, 1928년 스위스 생모리츠대회까지 피겨 남자 싱글에서 3연패에 성공했다. 이어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대회 은메달까지 총 4개의 메달을 따냈다. 플루셴코는 소치올림픽에서 개인전(남자 싱글) 출전까지 앞두고 있기에 또 하나의 메달을 추가하면 피겨 역사상 올림픽 최다 메달 선수로 우뚝 설 수 있다.
사실 플루셴코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숱하게 대회를 치러오며 고난이도 점프를 구사하느라 무릎 수술만 10회 이상 받았다. 무릎 반월판은 아예 떨어져나가 점프를 하면 통증이 심하다. 허리도 아프다.
그래서 2006년 토리노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러시아피겨가 침체를 겪자 밴쿠버올림픽을 위해 복귀를 결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단체전만 뛰려고 했지만, 러시아빙상연맹의 요청으로 개인전까지 투혼을 불사른다.
플루셴코는 여자들만 구사할 수 있는 줄 알았던 비엘만 스핀(다리를 뒤쪽 머리로 들어올려서 스케이트 날을 손으로 잡고 도는 동작)을 보여준 유일한 남자선수였다. 쿼드러플토루프(4회전)-트리플토루프(3회전)-트리플루프(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한 최초의 선수였다.
동시대에 출현한 또 한 명의 천재 알렉세이 야구딘(러시아)과의 전설적 라이벌 구도는 불꽃을 튀겼다. 잠깐 빙판을 떠나 있었던 200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방선거에서 주의원에 당선될 정도로 러시아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선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뛰지 않은 미국의 에반 라이사첵에게 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미 전설인 플루셴코는 이제 소치에서 고별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 못지않은 아름다운 피날레 무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