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피겨 요정’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가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10일(한국시간)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1.51점(기술점수 71.69점+예술점수 69.82점)을 얻어 합계 214.41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점수는 피겨 여자 싱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1위인 228.56점(2010밴쿠버동계올림픽)과 2위인 218.31점(2013세계피겨선수권대회)은 여전히 김연아(24·올댓스포츠)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신성’이 김연아의 성역에 접근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세계피겨계는 들썩거리고 있다. 김연아의 점프와 리프니츠카야의 스핀, 김연아의 예술성과 리프니츠카야의 유연성이 교차하는 명승부도 기대된다.
● 김연아의 교과서 점프,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방패
김연아는 여전히 리프니츠카야가 넘기 힘든 벽이다. 리프니츠카야는 트리플 러츠에서 끊임없이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 사용)’ 판정을 받아왔다. 반면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정확한 에지 사용의 대명사였고, ‘점프의 교과서’로 불렸다. 또 김연아의 점프는 높이와 비거리, 정확성 면에서 리프니츠카야를 월등히 앞선다. 두 선수가 나란히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프로그램의 첫 기술요소로 선택했지만, 가산점은 김연아 쪽이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피겨 점수는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그랑프리 파이널-그랑프리 시리즈의 순으로 후하다는 속설이 있다. 리프니츠카야는 단체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실상 자신의 최대치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홈 어드밴티지가 충분히 반영된 점수도 받았다. 그러나 김연아의 올림픽 점수는 물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받은 점수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7개의 점프 요소로 총 12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리프니츠카야의 점프 가산점은 합계 4.61점에 그쳤다.
● 리프니츠카야의 어메이징 스핀과 홈 이점 경계대상
물론 리프니츠카야는 분명히 위협적 상대다. 김연아보다 8세나 어린 만큼 장점도 확실하다. 기술이 안정됐고 몸이 유연하며 활기가 넘친다. 확실한 무기도 있다. 모두 레벨4를 받는 환상적 스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단체전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 포함된 3개의 스핀 요소로 3.43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김연아의 입장에선 스핀이 점프만큼 점수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이 다행이다.
홈 어드밴티지가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칠 예술 점수도 여전히 경계해야 할 변수다. 리프니츠카야는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69.82점의 예술 점수를 받았다. 스케이팅 기술(8.64점), 연결(8.43점), 연기력(8.86점), 안무(8.82점), 해석(8.89점)이 모두 8점대였다. 그러나 이 역시 김연아가 객관적으로 한 수 위다. 김연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3.61점을 받았다. 밴쿠버올림픽의 예술 점수(71.76점)보다 더 높았다. 그만큼 김연아의 표현력도 더 성숙해졌다는 의미. 김연아가 여전히 ‘피겨 여왕’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