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점프 대표 김현기의 思婦歌
“결혼 1년만인 작년 갑상샘암 수술… 훈련으로 곁에 못 있어 죄스러움”
남편 평창 출전 꿈 아는 박세리씨 “4년 더 생과부 돼도 밀어줘야죠”
꿈을 위해 1년에 절반은 떨어져 지내야 한다. 꿈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키점프 대표팀의 김현기(31·하이원)와 박세리 씨(30) 부부 이야기다.
○ 갑상샘암 투병 중인 아내
김현기는 1993년부터 스키점프를 하고 있다. 국내에 단 4명뿐인 스키점프 국가대표 중 한 명이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부터 소치 올림픽까지 5번 올림픽 무대를 밟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김현기는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이 머물렀다. 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때문에 매년 한 해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20년 가까이 대표팀 생활을 같이 한 최흥철(33), 최서우(31), 강칠구(30·이상 하이원)가 가족과 다름없다. 오랜 대표팀 생활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가족과 함께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가는 것도 모두 쉽지 않았다.
김현기는 2012년 10월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6년을 사귄 박세리 씨를 평생의 동반자로 맞아 들였다. 신혼여행 뒤 곧바로 전지훈련을 떠나야 했던 김현기는 “아내도 나도 신혼생활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아내는 갑상샘암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김현기는 훈련과 대회 참가를 위해 독일에 있었다. 김현기는 “옆에서 손이라도 꼭 잡아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항암치료를 할 때도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올림픽도 다 포기하고 귀국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치에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꼭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웃었다.
○ 남편의 꿈이 먼저
박세리 씨는 2006년 처음 만난 김현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박 씨는 “스키점프를 한다고 해서 겨울에는 해외에 나가 있더라도 여름에는 한국에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름에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에 나가 있는 것을 보고 사귀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씨에게 2009년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스키점프 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가 큰 인기를 끌며 스키점프 대표팀도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이상 친구들에게 스키점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관심도 사라졌다. 박 씨는 “그때 참 사람들이 야속했다. 남편이 그때 많이 힘들어했다. 내가 옆에서 이 사람의 꿈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금도 적응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땀 흘리며 힘들어하는 남편 생각에 보고 싶어도 꾹 참는다. 암 투병 중에 남편이 곁에 없어서 섭섭했지만 나보다 남편의 꿈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남편은 항상 자신의 조국인 한국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꿈을 꾸어 왔다. 금메달 따는 것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라면서. 4년 더 생과부 생활을 해야겠지만 남편이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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