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알콩달콩… 티격태격… 난형난제 두 스노보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소치 동반 출전한 김호준-이광기
2007년부터 절친한 선후배 사이… 국제대회선 경쟁하며 기량 키워와
“이번에도 성적 놓고 내기 했어요”

“누가 더 잘하나 볼까?” 김호준(왼쪽)과 이광기는 11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첫 결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미국 전지훈련지로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한 김호준과 이광기. 횡성=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누가 더 잘하나 볼까?” 김호준(왼쪽)과 이광기는 11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첫 결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미국 전지훈련지로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한 김호준과 이광기. 횡성=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공중곡예를 겨루는 종목) 대표팀의 김호준(24·CJ제일제당)은 4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하위권에 머물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저조한 성적보다 김호준을 힘들게 한 것은 ‘외로움’이었다. 김호준은 “각국에서 대부분 2명 이상 올림픽에 출전해 서로 조언도 해주고 함께 어울려 다니는 것이 굉장히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김호준은 소치 겨울올림픽에 동료와 함께 출전하는 꿈을 이뤘다. 후배 이광기(21·단국대)가 뒤늦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스노보드 종목에 한국 선수 두 명이 출전하게 된 것. 김호준은 “이광기가 출전권을 땄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메달을 딴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호준과 이광기는 2007년부터 함께 훈련해 왔다. 김호준은 한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선구자였다. 이광기는 한국 스노보드 역사를 써가고 있던 김호준을 동경했다. 김호준의 기술을 옆에서 보면서 기술을 익혔다. 어느새 김호준이 5년 넘게 차지했던 국내 1위 자리를 이광기가 나눠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광기는 “호준이 형은 우상이었다. 아직 형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동반자로 함께 성장했다. 훈련 때도 서로에게 조언해주고 비디오도 촬영해줬다. 쉬는 날이면 약속하지 않아도 한 선수가 다른 선수의 집으로 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김호준은 “부모님이 광기를 친동생같이 생각한다. 집안 대소사에도 올 정도로 가족과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김호준과 이광기는 엄연히 국제대회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이다. 김수철 스노보드 대표팀 코치는 “두 선수 모두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대회 때 옆에 있으면 싸늘한 기운이 돌 정도다”라고 말했다. 김호준이 새로운 기술을 성공하면 이광기가 저녁 늦게까지 훈련하면서 며칠 뒤 같은 기술을 선보일 정도다. 1월 국제스키연맹 랭킹에서 김호준이 37위로 이광기(39위)보다 앞섰지만 그 전까지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랭킹 경쟁을 벌였다. 김 코치는 “두 선수가 서로 도와가면서 성장한 점도 있지만 서로 지기 싫어한 점 덕분에 올림픽 동반 출전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준과 이광기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누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둘지 내기를 했다. 김호준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서로 축하해 주겠지만 난 절대 지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 얘기를 들은 이광기는 “형이 올림픽 첫 출전을 이뤘지만 난 첫 결선 진출을 이룰 테니 각오 단단히 하세요”라고 말했다. 김호준과 이광기는 11일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에 출전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스노보드 하프파이프#김호준#이광기#소치 겨울올림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