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하면 극한의 추운 날씨가 떠오른다. 겨울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여느 때보다 따스한 날씨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치는 러시아 남서쪽에 위치한 대표적인 휴양지다. 아열대성 기후로 날씨가 온화하며 스탈린의 여름별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2월의 평균기온은 섭씨 6도 내외로 동계올림픽을 치르는데, 조금 덥지만 큰 문젯거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테러 위협 등이 개막 전부터 화두로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낮 기온이 이상하리만치 올라가면서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낮 기온이 섭씨 15∼17도를 웃돌면서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따뜻한 날씨를 기록하고 있다. 해양도시답게 웃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직위원회는 태평하다.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하면서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인공눈을 만들기 위한 만반의 장비와 시설을 두루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수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실내에서 경기하는 빙상종목은 온도를 유지하고 스케이팅에 패인 곳을 그때그때 보수하면 되지만 설빙 종목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산악지대의 눈이 녹아내리면서 훈련과정에서 차질을 빗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을 취소하거나 낮에서 밤으로 훈련시간을 변경하는 등 작은 소란이 일고 있다. 스노보드 경기장엔 착지점에 작은 웅덩이가 생기기도 했다. 컨디션 관리와 부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록 경신을 위한 최상의 환경 유지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