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 박승희(22·화성시청)는 반문부터 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자신을 쇼트트랙 여자 500m의 금메달 후보로 예상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였다. 박승희는 “어떻게 그렇게 됐느냐. 감사하다”며 배시시 웃었다.
소치올림픽조직위원회는 취재진에게 배포하는 공식 자료에 “500m 세계랭킹 1위인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박승희가 한국에 첫 여자 500m 금메달을 안길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박승희의 도전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선수단이 2010년 밴쿠버대회까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수는 총 45개. 쇼트트랙이 무려 37개를 수확했고, 그 가운데 19개가 금메달이었다. 그런데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강세를 보인 한국이 유독 여자 500m에서만 금메달을 얻지 못했다. 만약 조직위원회의 예상대로 박승희가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한국은 쇼트트랙 남녀 8종목에서 모두 우승하는 최초의 국가로 기록된다. 박승희는 “워낙 잘 타는 선수가 많아서 난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 내가 잘 탄다면 그건 하늘에서 도와주는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첫 여자 500m 금메달을 내 손으로 따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희는 13일 오후 7시부터 500m 준준결승과 준결승, 결승을 차례로 치른다. 10일 열린 500m 예선에서 심석희, 김아랑과 함께 압도적 실력을 이미 과시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여자쇼트트랙대표팀의 ‘노 골드’가 확정된 뒤 눈물을 쏟았던 박승희는 “밴쿠버의 기억은 잊었다. 장거리뿐 아니라 단거리에서도 희망을 봤다는 게 수확”이라며 남은 경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