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와 한국선수들 “우리 잘 지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2월 12일 07시 00분


안현수 “미안하지만 불편하지 않다”
이한빈 “현수 형과 경기는 좋은 경험”


“후배들에게 미안하다.”(안현수)

“(안)현수 형과 좋은 경험했다.”(이한빈)

국적이 바뀌었다. 어제 함께 훈련하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돼 나타났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안)와 한국선수들이 그렇다. 나라를 바꿀 만큼 감정의 골이 깊었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스케이팅을 하던 선수들 사이에는 어떤 장벽도 없었다. 오히려 상황이 이렇게 돼버린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안현수는 10일(한국시간)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의)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한국선수들과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주위에서 불편하게 만든다”며 “한국팀에 있었을 때도 선수들간 경쟁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과장돼 비쳐졌다. 지금 러시아팀에 있고, 경쟁을 하고 있지만 한국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현수는 공식훈련장에서 한국선수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즐겁게 대화했다. 결승을 앞둔 워밍업 시간에도 이한빈(26·성남시청)과 즐겁게 얘기를 나눴다. 안현수가 우상이었던 이한빈은 비록 6위로 1500m를 마쳤지만 “경기장의 분위기와 다른 선수들이 경기하는 흐름도 파악한 만큼, 다음 종목인 1000m에 집중하겠다”며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에 나섰고, (안)현수 형과 맞붙는 등 좋은 경험을 했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그에게 안현수는 선의의 경쟁자였다.

이호석(28·고양시청)도 “(안)현수 형과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항상 서로 안부를 묻고 잘 지낸다”며 “우리는 함께 구슬땀을 흘렸던 동료였다. 다른 팀이 됐지만 감정이 나쁠 이유가 없지 않나. 되레 밖에서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어 아쉬울 때가 많다. 우리는 (안)현수 형을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하지 않고, 금메달을 따기 위해 다른 선수들과 경쟁한다”고 말했다. 안현수의 미안한 마음을 한국선수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소치|홍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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