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이제 빙판은 오렌지색으로 바뀌겠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네덜란드, 빙속 500m도 싹쓸이… 벌써 금메달 3개, 최강 떠올라
강철 체력으로 장거리 휩쓸더니 스타트 중요한 단거리도 총알질주

‘네덜란드의 절반은 아이스링크이고 절반은 축구장인 것 같다.’ ‘빙판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국내 누리꾼들은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관련 뉴스에 이런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대회 초반 네덜란드 빙속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가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은 남자 5000m에서 금, 은, 동을 싹쓸이하더니 11일 끝난 남자 500m에서 다시 1, 2, 3위를 휩쓸었다. 미헐 뮐더르가 1, 2차 합계 69초312로 금메달을 땄고 얀 스메이컨스가 69초324로 그 뒤를 이었다. 미헐보다 10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인 로날트 뮐더르가 69초46으로 동생과 0.15초가량 차이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두 종목은 이승훈과 모태범의 메달 도전으로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기에 시상대를 모두 오렌지 유니폼으로 채운 이들의 존재는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우승한 이레인 뷔스트 역시 네덜란드 출신이다. 이날까지 치른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의 금메달 확률은 100%였다.

네덜란드가 남자 500m에서 우승한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19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얀 이케마의 은메달이 이 종목 최고 성적이었다. 그나마 그 뒤에는 이 종목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취약 종목까지 석권하면서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은 장거리와 단거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으로 떠올랐다.

인구가 1700만 명 남짓인 네덜란드는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아 전통적으로 운하와 수로가 발달했다. 이 때문에 겨울철 빙판을 활용한 스케이팅이 일찍부터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스케이트를 타고 출퇴근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나무판에 금속 날을 장착한 스케이트가 처음 등장한 것도 14세기 네덜란드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10년의 연구 끝에 획기적인 기술 향상을 이끈 클랩 스케이트를 개발할 만큼 기술력도 뛰어나다. 등록 선수가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트 쿠이퍼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는 “국가대표 선발전 수준이 올림픽 레이스보다 높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인들은 서구인들 중에서도 뛰어난 체격 조건을 지녀 강한 근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소치 올림픽에서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을 갖춘 ‘스프린터’들까지 가세하며 초반 스타트가 중요한 단거리 종목에서도 고속질주를 하고 있다. 현장을 지켜본 국내 스케이트 관계자들은 “힘을 앞세운 투박한 네덜란드 스케이팅이 세밀해졌다. 스케이트를 딛는 기술과 팔 동작이 많이 세련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 걸려 있는 금메달은 남녀를 통틀어 12개. 빙상장의 오렌지 물결은 아직 시작에 불과한지 모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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