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돌아온 ‘피겨 차르’… 부상으로 꿈 접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남자 최강 러 플류셴코 기권
10번 넘는 무릎수술 딛고 출전… 단체전 우승으로 4연속 메달 땄지만
개인전 연습중 허리 통증 호소

GettyImages 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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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후 김연아(24) 앞에는 ‘피겨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피겨 강국 러시아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피겨 차르(러시아어로 황제)’라고 불리는 선수가 있다. 예브게니 플류셴코(32·사진)다.

플류셴코는 2001년 밴쿠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9세의 나이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3년,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 정상도 그의 차지였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은메달을 딴 플류셴코는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20대 중반이면 ‘환갑’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선수 생명이 짧은 피겨에서 보기 드물게 3차례 연속 메달을 딴 그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연기로 ‘빙판 위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플류셴코는 소치에서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9일(현지 시간) 단체전에서 조국의 우승에 앞장서며 겨울올림픽 피겨 사상 처음으로 4개 대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된 것. 단체전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168.20점으로 1위를 차지한 플류셴코를 향해 러시아 관중은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황제의 귀환’을 축하했다. 플류셴코 이전에 스웨덴의 일리스 에마누엘 그라프스트룀이 1928년 생모리츠 대회에서 피겨 남자 개인전 3연패를 달성하는 등 4차례의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피겨에서 딴 첫 금메달은 1920년 안트베르펜(벨기에) 올림픽이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첫 번째 겨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으로 ‘겨울’올림픽 메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대회 플류셴코의 출전은 처음부터 불투명했다. 부상 때문에 제대로 기량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수많은 대회에서 어려운 점프를 구사해 온 그는 무릎 수술만 10차례 넘게 받았다. 플류셴코는 지난해 러시아 대표 선발전에서도 후배에게 뒤졌다. 그는 당시 “신설된 단체전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반드시 개인 종목에 나가야 한다’는 규칙이 그를 4번째 개인전 출전을 결심케 했다. 하지만 플류셴코는 14일(한국 시간)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앞두고 연습하던 중 몸에 이상을 호소하며 결국 기권했다.

네 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피겨를 시작한 플류셴코는 14세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각종 국제대회에 나가 금 61, 은 15, 동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그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평창 대회까지 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4년 뒤 ‘피겨 황제’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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