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는 영웅 만들기에 능하다. 그리고 한 번 탄생한 영웅에 절대적 찬사를 보내기로 유명하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은 물론 아시아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하뉴 유즈루(20)가 일본의 새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겨 남자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성과와 더불어 수년간 최고의 여성 스포츠스타였던 아사다 마오(24)도 채워주지 못했던 갈증을 해소해줘서인지 열기가 한층 뜨겁다. 특히 일본 언론은 하뉴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시름에 잠겼던 센다이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스포츠스타를 뛰어 넘어 희망의 아이콘이자 국가적 영웅으로 떠받드는 분위기다.
닛칸스포츠는 15일 하뉴의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 ‘파리지앵 워크웨이’가 일본 내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고 보도했다. 센다이를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팀 라쿠텐의 감독이자 대스타 출신인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왜 신문은 호외를 발행하지 않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유력지 요미우리는 사설을 통해 하뉴의 금메달을 “일본 스포츠의 새로운 금자탑”이라고 극찬했다. 하뉴가 대지진 때 센다이에서 훈련하다 스케이트화도 벗지 못하고 대피했다는 스토리도 폭발적 반응을 낳고 있다.
하뉴가 아직 20세인 것에 주목하며 4년, 더 나아가 8년 뒤까지 계속 희망의 아이콘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염원 또한 가득하다. 스포츠닛폰은 16일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전설적인 남자피겨선수 예브게니 플루셴코(32·러시아)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 이어 하뉴의 새 코치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소치올림픽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조금은 호들갑스러운 기사까지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