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여유로웠다. 결전을 앞두고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와 함께 한국쇼트트랙대표팀의 경기를 관전하는 등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연아와 이상화는 15일(한국시간)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여자 1500m 경기가 열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와 1000m를 마치고 소치올림픽을 끝낸 이상화는 메달리스트 인터뷰에서 “남은 올림픽 기간을 즐기고 싶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응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경기를 모두 끝낸 선수들은 다른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무릎 부상으로 이날 쇼트트랙 여자 1500m에 나서지 못한 박승희(22·화성시청)도 미안한 마음에 이날 경기장을 찾아 동료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20일과 21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김연아의 등장은 의외였다. 밴쿠버올림픽 당시 컨디션 관리를 위해 공식훈련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날 그녀는 소치 입성 이후 이틀간 강훈련을 소화한 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평소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이상화와 쇼트트랙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실제로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올림픽 자체에 도전하는 게 나에게는 큰 결정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음에도 또 한 번 도전해 다시 최정상에 오른 이상화도 “(김)연아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나보다 더 긴장 안 한 것 같더라”며 웃고는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김연아를 응원했다. 최선을 다했고, 이미 최고이기에 가능한 ‘여왕’과 ‘여제’의 여유였다.